
이상기후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과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이 맞물리며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알루미늄, 구리, 니켈 등 청정 에너지 인프라에 필수적인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녹색 전환의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미래 성장 투자 기회로 삼으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녹색투자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의 발전 인프라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 시 단위 전력 생산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을 의미하는 ‘균등화 발전비용(LCOE)’도 지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기술 혁신과 대규모 설비 투자 덕분에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점차 화석연료와의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뚜렷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국제사회와의 탄소 감축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30년이 불과 5년 앞으로 다가온 현실을 반영한다. 여기에 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비교적 우호적인 기조를 보이면서 관련 업계와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감지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 속에서도 특히 ‘환경(E)’을 중심으로 친환경 투자 상품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녹색채권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펀드들이 있으며, 이들은 투자자들에게도 중장기적인 수익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ESG 채권 발행 규모는 총 47조19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환경 분야 투자에 초점을 둔 녹색채권의 발행액은 2021년 12조459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5조8610억 원으로 감소했다가 2023년 7조4052억 원, 2024년 8조2557억 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행한 ESG 채권 조달자금(약 199조 원) 중 환경 프로젝트에 45조4000억 원이 배분됐다. ‘친환경 교통수단’에 20조8000억 원(10.4%)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쓰였으나, ‘신재생에너지’에도 8조4000억 원(4.2%)이 배분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만큼 이를 사용 목적으로 한 ESG 채권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BNK경남은행이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2025년 한국형 녹색채권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돼 총 600억 원 규모로 ‘ESG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자금은 액화수소 저장 및 공급 사업과 제로에너지 건축물 신규 건설 사업에 지원됐다.
자산운용사들 역시 기존 녹색펀드 외에도 신재생에너지 테마에 초점을 맞춘 상장지수펀드(ETF)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원전 관련 ETF의 성과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친환경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신재생에너지액티브’는 6개월간 41.2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KODEX 신재생에너지액티브는 태양광, 풍력에너지, 수소에너지, 이차전지 등 통상적인 재생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탄소 저감에 기여한 모든 친환경 기술 및 관련 산업에 투자한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순자산이 580억 원 증가해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한화자산운용의 ‘PLUS 태양광&ESS’는 6개월간 68.3%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PLUS 태양광&ESS’ ETF는 국내 태양광과 전력 인프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을 영위하는 대표 기업 10개 종목에 투자한다. 신정부가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인 ‘RE100’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책 자금 기반의 실질적인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Fn신재생에너지’가 60.26%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성과를 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TIMEFOLIO K신재생에너지액티브’가 24.73%의 수익률을 올렸다. NH아문디 자산운용 ‘HANARO Fn친환경에너지’는 9.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원자력테마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ETF’가 30거래일 연속 개인투자자 순매수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5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개인 순매수액 규모는 약 157억 원에 달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글로벌친환경전력인프라액티브’는 4.95% 수익률로 선방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와 원자력 등 저탄소에너지에도 투자하며, 전력인프라에도 큰 비중을 투자하고 있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2팀장은 “재생에너지가 보조금 없이도 돈이 되는 산업이 되어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고, AI발 전력수요 증가로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