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보다 20조원 이상 줄어
PF부실에 고금리 경쟁 어려워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이 6개월 연속 줄어들며 두 달 연속 100조 원 아래에 머물렀다. 과거 고금리 특판으로 자금을 끌어모았던 2022년 말과 비교하면 20조 원 넘게 감소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공격적인 대출 영업이 어려워진 가운데 예금금리 경쟁력마저 떨어지면서 소비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4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98조3941억 원으로 전월(99조5873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100조 원 아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0월(97조4187억 원)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1년 전인 2024년 4월(102조9747억 원)과 비교하면 약 4조6000억 원 줄었고 고금리 수신이 정점을 찍었던 2022년 말(약 120조 원)과 비교하면 20조 원 이상 급감한 셈이다.
수신 잔액은 2023년 중반까지 상승 흐름을 보였으나, PF 부실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고금리 특판을 통해 자금을 유치해온 저축은행들은 PF 부실이 현실화되자 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렸고, 이에 따라 공격적인 수신도 어려워진 상태다. 대출 여력이 위축되면서 수신 금리도 시중은행 대비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97%다. 같은 시기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2.50~2.85%)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과거 저축은행이 제공하던 ‘연 4~5%대 고금리’ 매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예금자 보호 한도나 신용도 우려 등을 감안했을 때 저축은행 예·적금에 가입할 유인이 줄어든 것이다. 일부 은행만이 한시적 특판이나 3.5%대 금리 상품으로 수신을 방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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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건전성이다. 업계 전체 연체율은 9%대로 치솟았고, 일부 저축은행은 1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 부실이 확산되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의 회수도 어려워지는 가운데, 대규모 충당금 적립 부담에 실적 적자까지 겹친 곳도 적지 않다. 수신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자산 건전성마저 흔들리면서,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9월부터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보호 한도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시중은행에 집중된 유동자금을 제2금융권으로 분산시켜 수신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보호 한도 확대는 수신 회복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와 같은 금리 경쟁력 약화와 건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호 한도 상향만으로 자금 유입을 이끌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5배 이상 높은 예금보험료율(0.4%)을 부담하고 있어, 수신 확대가 오히려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 한도가 늘어난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금리나 안정성을 보고 움직인다”며 “신뢰를 회복하려면 전반적인 경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