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은 행안부 산하 중수청, 기소권은 법무부 공소청으로
국민의힘 “헌법 위반 명백”⋯헌재에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도
민주당 “9월 정기국회 내 반드시 통과⋯검찰개혁 완수” 강조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며 본격적인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검찰 권한 집중 구조를 해체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뒷받침하는 내용인데, 추후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은 △검찰청법 폐지법 △공소청 신설법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법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 등을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을 11일 공동 발의했다.
핵심은 1949년 제정된 검찰청법을 폐지하는 것이다. 수사권은 중수청으로,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각각 이관한다.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는 수사기관 간 조정 기능을 맡는다.
그동안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이 국민 신뢰도를 저해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이를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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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검찰청 폐지법은 검찰 조직 자체를 없애고 수사·기소·영장청구·형 집행 등 권한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형사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검사가 기소와 공소 유지라는 본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소청 신설법은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만을 전담하는 ‘공소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이 골자다. 공소청 소속 검사는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재판 당사자의 역할에만 집중하게 된다. 공소청장은 현재 검찰총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친다.
중수청 설치법은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더해 내란·외환·마약 범죄를 포함한 8대 중대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검찰청 소속 검사는 중수청 또는 공소청 중 하나로 이동한다. 특히 중수청에서 검사는 수사관 신분이 된다. 1급~7급까지 수사관만 있으므로 동등하게 경쟁해 1급까지 올라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법은 국무총리 직속으로 수사기관 간 갈등을 조정하고 수사 절차 및 결과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기구를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수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분산된 수사권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수사 투명성과 국민 신뢰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국수위가 사실상 수사기관들을 총괄 지휘하는 권한을 가지는 셈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두드러진 부분은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을 최대한 나누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전문화와 책임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비대해질 수 있는 권력에 다시 견제 장치를 두면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검찰개혁 4법’은 민주당 소속 개별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당론은 아니다. 향후 당내 논의나 대통령실과 조율, 야당과 협의 등을 거쳐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실패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한 방식의 공약이 나온 듯하다”면서도 “(법안이) 잘 되느냐 못 되느냐는 앞으로 변화할 전체적인 수사기소 절차나 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최종적인 방안이 나와봐야 안다”고 했다.
발의 의원들은 9월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는 탓에 향후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은 검찰개혁 4법에 대해 ‘헌법을 파괴하는 위헌적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헌법에 검사의 영장 청구권이 명시돼 있는데, 헌법 개정 없이 검찰청을 사실상 해체하려는 시도라는 주장이다.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야권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데다, 연말까지 내란·김건희·채상병 등 3대 특검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검찰개혁의 속도는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 인사 정비도 이뤄져야 해서 실제 개혁이 본격 추진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거론됐던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은 ‘차명 재산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법무부 장관도 공석인 상태로, 현재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김석우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은 대통령실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회, 법무부, 대검찰청 등 주요 기관 간 조율은 물론 검찰 조직이 납득할 수 있는 제도적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한 방향 제시를 넘어 실행 가능한 정교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