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기술 함께 쓰는 방안 통해 자원 아껴야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혁신은 기후 대응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한편, 복합적인 도전 과제다. AI는 에너지 소비와 환경 부담을 초래한다. 반면 에너지 시스템 효율화와 기후 변화의 완화·적응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AI 분야 한국 최고 권위자이자 이 분야 국내 박사 1호인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만나 ‘AI 기술이 에너지·기후 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수는 26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되는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CESS 2025)’에서 ‘AI와 에너지’를 주제로 한 제2세션 좌장을 맡았다. 카이스트 전산학부 초대 학과장이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초대 소장을 지낸 그는 “AI는 기후 대응에 있어 강력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자원 소비가 큰 기술”이라며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연결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AI를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선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정책·윤리적 고려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AI가 가장 실질적으로 기여 할 분야로 ‘에너지 효율화’를 꼽았다. 그는 “AI는 인류 문명사에서 최고의 기술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관리하는 데 이미 다양한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며 “구글 딥마인드가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를 30~40% 절감한 것도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이어 “한국처럼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취약한 나라일수록, 고효율·저전력 AI 시스템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내에선 아직 에너지 절감 전문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효율화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이 많은데, 전문성과 범용성을 갖춘 에너지 절감 솔루션 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후 예측 분야도 AI가 빛을 발하는 영역이다. 김 교수는 “언어 모델에 쓰이는 트랜스포머 기술이 기후 시계열 예측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과거 날씨 데이터를 기반으로 먼 시간·공간의 영향을 추론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AI는 탄소 및 메탄가스 등의 배출량 추적에도 유용하다. “위성 이미지, 센서 데이터 등을 조합해 자동 감시하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며 “탄소 국경세와 같은 국제 규범 대응을 위해서도 AI 기반의 정밀 추적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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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이면엔 ‘에너지 괴물’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무작정 대형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은 전력 소모가 지나치다”며 “AI가 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면 스스로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의 딥시크 같은 경우, 챗GPT보다 훨씬 적은 자원으로 비슷한 성능을 내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이제는 작은 모델을 잘 튜닝하거나 국가 간 공유를 통해 중복 학습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할 때”라고 했다. 또 “지금처럼 모든 기업이 각자 대형 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하나의 검증된 기술을 함께 쓰는 구조로 바뀌어야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번 포럼의 전체 주제는 ‘기후위기 시대, AI가 열어갈 새로운 세계: 희망인가, 위험인가?’이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기술에 대한 낙관과 경계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적 질문”이라며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연결돼야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