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증세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면 사업별로 많게는 연간 수조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해서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대표적인 복지정책은 아동수당 확대다. 현재 8세 미만인 지급대상을 18세 미만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연평균 7조1000억 원의 추가 예산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및 생계급여 자격·보장 확대, 근로장려금(EITC)·자녀장려금(CTC) 대상·수준 확대, 체불임금 전액 대지급 등을 공약했다. 생계급여는 지난해 총 7조3605억 원이 집행됐는데, 현재 기준중위소득의 32%인 선정기준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연간 추가 지출이 조 단위로 늘어날 수 있다.
체불임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국가가 체불임금을 변제하고 사업주로부터 회수하는 대지급금도 7242억700만 원이 집행됐다. 체불임금 전액을 대지급금으로 보장하면 이 예산도 ‘배’로 늘어날 수 있다. 회수율을 높여 재정 충격을 덜 수 있으나, 지난해 회수율은 30.0%에 불과하다. 대지급금 한도가 인상될수록 회수율은 낮아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감세정책으로 3년 연속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확장재정은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증세론이 대두하는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회복지학회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증세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주제발표에서는 감세정책의 국민소득 영향, 사회복지예산 분석 결과가 발표된다. 대선 공약과 무관하게 세수결손 장기화가 복지지출 축소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사회복지학회는 “이번 토론회는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총론이 아니라 증세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적 방향을 모색하고 향후 복지재정이 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수년 전부터 한국에 부가가치세 인상 등 증세를 권고해왔다. 노동·시민단체들은 ‘감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경기침체 상황에서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면 소비가 위축돼 재정지출의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진다”며 “경기가 좋은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세금이 오르면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은 투자를 중단할 것이다. 세율을 높였는데 경기침체가 더 심해져 세금이 더 줄어드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