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고 기각…항소심 판단 수긍
특정인을 겨냥해 ‘회사에 돈을 요구했고, 학력이 허위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오픈채팅방에 올렸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특히 대법원은 게시한 글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명예훼손죄 성립을 부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6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피고인 A 씨는 한 진단키트 회사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 A 씨는 50여 명이 있는 채팅방에서 “사업이 거의 실패로 돌아가자 B 씨는 회사 측에 돈을 요구합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주가가 안 좋은 상황을 이용해 주주들을 부추겨 이 사단을 벌인 겁니다. 학력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주들이 알건 알아야죠. B 씨는 고졸입니다. 학력 위조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을 두고 있다.
1심은 공소사실에 적시된 증거들을 종합해서 유죄로 인정,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법원은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적시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거나,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2심은 “비방할 목적 또한 진실성의 증명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형사제재의 범위는 넓어지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기 때문에 가치 있는 공적인 사안이나 일반 공공이 알아야 할 사안에 대하여 자유로운 비판이나 토론을 하지 못하게 형사 벌로 규율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A 씨는 피해자 B 씨가 진단키트 사업 영업조차 제대로 못했다고 보고, 회사 주주였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다른 주주들이 올바른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공유됐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 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