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진행된 ‘힙독클럽’. 독서 삼매경에 빠진 20·30세대 회원들과 만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진단한 책 한 권을 추천했다. 네덜란드 철학자 바르트 브란트스마가 쓴 ‘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다. 오 시장은 “중도의 자리에서 통합과 공존을 다루는 책으로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길 원하는 분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있다”며 일독을 권했다.
브란트스마는 책 ‘우리는 왜 극단에 서는가’에서 양극화의 주요 행위자를 다섯 종류로 구분한다. 주동자, 동조자, 방관자, 중재자, 희생양이다. 오 시장은 주동자에 대해 저자의 의견을 소개하며 “흑백논리를 펴는 사람들로서 자신만 옳다는 ‘도덕적 독선’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사람들이 주류가 되면 통합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재자는 “양극화에 대해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오 시장은 “저는 중재자적인 언어를 쓸 때가 많다”면서 “성장만 외치는 분들에게는 ‘약자와의 동행’이 있어야 공동체가 존속할 수 있다고 말하고 복지만 외치는 분들에게는 성장으로 곳간을 채우지 않으면 입으로만 ‘약자와의 동행’을 떠드는 세상이 올 것이라 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도에 대해 “정치에 과몰입하면 중도의 존재감이 약해 보이는데, 실은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분들”이라며 “중도층 덕에 통합의 씨앗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현실 정치에도 우려를 표했다. 오 시장은 “지금의 정치는 극렬한 주동자가 돼 증오를 부추기며 극한 갈등의 숙주 구실을 한다”고 했다. 이어 “중간 지대가 자꾸 위축되는 악순환이 나타나지만 통합과 연대의 길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정치의 자리는 중재자의 위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영 간 갈등이 위험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정치가 국민을 통합하는 본래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2월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응답자의 92.3%는 국내 갈등 사안 중 진보와 보수 간 정치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여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책의 요지가 평소 오 시장이 가진 문제의식과 정확히 일치한다”면서 “청년 세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전했을 뿐, 정치적 목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힙독클럽은 서울시가 만든 전국 최초의 공공 독서모임이다. 지난달 1일 모집 시작 2시간 만에 1만 명 정원을 마감해 화제를 모았다. 전국 명소를 찾아가 색다른 야외 공간에서 독서를 즐기는 유목형 독서 프로그램인 ‘노마드 리딩(Nomad Reading)’을 운영 중인데, 이날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을 맞아 보라매공원에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