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DDR5 양산 시작⋯올해 HBM3 목표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저가 범용 메모리 시장을 벗어나 고사양·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특히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창신메모리(CXMT)를 중심으로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 양산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단순 양산 여부와 실질 기술력은 별개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여전히 공정 완성도·수율·시장 대응력에서 명확한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중국 민·관이 전방위 협공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CXMT는 올해 연말까지 DDR4 출하량을 점차 줄일 계획이다. 정확한 감산 규모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연말까지 출하를 중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DDR4는 PC, 노트북, 서버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저가형 범용 메모리다. CXMT는 대신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사양·고부가의 첨단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축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CXMT는 지난해부터 DDR4 시장에서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몸집을 크게 키웠다. 특히 지난해 11월의 경우 공급 물량이 많이 풀리면서 DDR4 8기가비트(Gb) 제품 가격이 전달 대비 20.6% 떨어진 1.3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2023년 9월(1.3달러)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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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대였던 CXMT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대까지 고속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CXMT의 D램 생산능력은 지난해 162만 장에서 올해는 68% 증가한 273만 장으로 예상된다. 시장 3위인 마이크론의 턱밑까지 쫓아온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이 구간에서 저수익 제품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며 ‘탈범용화’ 전략을 가속해 왔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 비중을 과감히 줄이고, 첨단 메모리 중심의 수익 구조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던 DDR4 비중을 한 자릿수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며, 세계 최초로 HBM3E(5세대)까지 양산 체계를 갖춘 상태다.

문제는 최근 CXMT가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도 괄목할만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아직 첨단 시장에서 성능과, 신뢰성, 수율 안정성과 양산성 확보 면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기술력 확보와 함께 물량 공세를 펼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확보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CXMT는 지난해 말 DDR5를 양산하기 시작, 최근에는 기존 17나노미터(㎚·1㎚=10억분의 1m)에서 최신 16㎚ 공정으로 전환했다. 해당 공정은 국내 기업들이 2021년 본격적으로 활용했던 10나노급 3세대(1z) 공정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술 격차가 약 3년으로 줄어든 셈이다. HBM 역시 이미 3세대 제품인 HBM2E를 양산하고 있으며, 올해 HBM3(4세대)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첨단 제품 시장에서 중국이 우위를 차지하는 데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추격 속도가 빠른 만큼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CXMT 등 중국 기업이 D램 생산량을 늘리면서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첨단 기술에서는 아직은 격차가 있어 바로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설계 및 공정의 안정화다. 이를 통해 수율을 확보하며 시장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