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이 개발한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두 주자인 HK이노엔의 뒤를 대웅제약과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빠르게 추격하며 해외 매출 확보 경쟁이 한창이다.
1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펙수프라잔염산염),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자스타프라잔시트르산염)가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제품은 각각 국산 신약 30호, 34호, 37호 등으로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해외 대형 시장을 겨냥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 시장 공략에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은 HK이노엔이다. 최근 HK이노엔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제약사 타부크 제약과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6개국에 케이캡 완제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타부크 제약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10개국 대상 케이캡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추가 계약으로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모로코, 예멘,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6개국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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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캡은 2018년 가장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2019년 출시된 P-CAB 시장의 선두 주자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총 54개국에 진출해 경쟁 제품들 가운데 가장 넓은 시장을 확보했다. 2028년까지 케이캡을 총 100개국에 진출시킨다는 것이 HK이노엔의 목표다. 지난해 기준 케이캡의 매출은 약 1688억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웅제약은 국내 P-CAB 계열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지난달 인도 기업 선파마를 통해 현지에 펙수클루를 출시했다. 대웅제약은 이번 출시를 위해 2023년 선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에서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해 인도 중앙의약품표준관리국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펙수클루는 2021년 말 식약처 허가를 받아 2022년 출시된 후발 주자다. 한국을 포함해 총 3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2027년까지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펙수클루의 매출은 약 1019억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최근 스웨덴에 있는 제약사와 북유럽 5개국에 자큐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자큐보가 출시될 전망이다.
자큐보는 지난해 4월 식약처 허가를 받고 10월 국내 출시됐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올해 1분기 매출 약 91억6939만 원이 모두 자큐보에서 발생해, 사실상 회사의 ‘기둥’ 품목이다. 이번 계약으로 추가된 북유럽 5개국과 한국을 비롯해 정식 출시 약 1년 만에 총 27개국에 진출했다. 중국, 인도, 멕시코, 중남미 등 주요 대형 시장을 중심으로 진입을 서둘러, 선발 경쟁 제품들과의 격차를 신속히 줄인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성장세와 국내 시장 포화 상태를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 간 경쟁은 당분간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51억1000만 달러(약 7조2424억 원)로 추산됐고, 2030년까지 57억7000만 달러(약 8조1778억 원)로 성장할 예상된다. 이 중 P-CAB 시장은 2030년 약 1조876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