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최저⋯가계대출보다 낮아
대출 잔액 증가에 부실 우려도↑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정책금융 지원 확대로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은 개선됐지만, 연체율ㆍ부실채권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은행권이 대출을 다시 조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연 4.31%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보다 0.14%포인트(p) 낮아진 수치로 2022년 6월(4.06%)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코로나19 이후 2020년 8월 2.80%까지 하락한 후 2022년 금리 인상기에는 5.93%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엔 점진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와 비교해 역전 현상까지 생겼다. 통상 기업 대출은 가계 대출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금리가 높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평균 연 4.51%로 중소기업보다 오히려 0.2%p 높았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중소기업 대출에는 정책자금, 보증 등 우대조건을 적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낮아지자 잔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4조9347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7425억 원, 지난해 말보다 2조7057억 원 늘었다. 자금 조달 여건이 좋아진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운전자금 및 시설투자 대출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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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나면서 부실 우려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올해 1분기 기준 0.59%로 전년 동기(0.40%) 대비 0.19%p 상승했다. 이는 가계대출 연체율(0.32%)이나 대기업 대출 연체율(0.13%)을 크게 웃돈다.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경기 변동성에 취약하고 상환 능력이 불안정한 만큼 대출 잔액 증가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 대출 부문에서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는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도 증가하고 있다.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기업 대출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총 4조8225억 원으로 1년 전(3조6119억 원)보다 33.5% 급증했다. 특히 도소매업, 건설업 등 경기 민감 업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취약 차주들의 상환 여력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에 보수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다. 최근 환율이 요동치면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압박이 커졌고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은행 입장에선 여신 구조조정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가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무역 환경이 악화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미 일부 은행은 고위험 차주나 업종을 대상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용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확대에 따른 부실 위험이 실제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이하여신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자산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위험가중자산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