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안 추진에 전격 사퇴하면서 경제 사령탑이 부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경제부총리 대행직을 맡게 됐지만 미국의 관세 압박, 대외신인도 사수에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날 밤 최 전 부총리의 사임안이 재가되면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김범석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와 확대간부회의 등을 주재하면서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당장 김 대행 앞에 놓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내수 부진 장기화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트럼프발 관세 정책 대응, 대외신인도 관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우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부터 비상계엄 사태, 탄핵 등을 거치면서 커진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을 겨우 잠재웠는데 이번 사태로 다시 흔들릴 수 있어서다.
대외신인도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최 전 부총리 등 경제팀은 당시 위기 상황에서 대외신인도 관리에 전방위로 총력을 기울였다. 주요국 재무장관과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용평가사 등에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설득했다. 특히 한국의 정치 리스크가 헌법 체계에 따라 적절히 관리되면서 경제 부문으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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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15일 한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A'로 유지했다. 등급 전망도 기존과 같은 '안정적'(stable)을 부여했다. 그러나 또다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놓이면서 그동안 최 전 부총리가 해온 말들이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정치적 안정성을 중요 요소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미국과 진행 중인 통상 협상에도 악재다. 최상목 전 부총리가 사퇴하면서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미국과의 '7월 패키지'(July Package) 협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최 전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2+2 통상협의에서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환율정책 등 기본 틀을 고안하고, 환율에 관해선 기재부와 미 재무부가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과의 통상 협의를 주로 맡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의 주요 인물이 사라진 점이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뜻하지 않게 경제사령탑 자리를 맡은 김 대행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주재하며 "증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외환 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점검·대응 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확대간부회의에선 "대외신인도 사수와 관세 충격 최소화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추경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해 재해·재난 대응, 통상·인공지능(AI) 지원, 민생 지원, 건설 경기 보강 등 시급한 현안 대응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