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AI 칩 어센드 920 공개
어센드920, H20보다 성능 앞설까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H20’의 중국 수출에 제한을 발표하자마자 중국이 차세대 신규 AI 칩을 공개했다. 수출 통제가 이어질수록 중국 반도체 기술력은 더욱 발전하는 모습이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가 최근 어센드(Ascend) 920 칩을 선보였다. 이는 미국의 엔비디아 H20 수출 금지 하루 만에 공개된 것이다.
화웨이가 어센드 920 생산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부터 업계에 전해진 오래된 이야기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제재 직후 어센드 920를 공개한 것은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AI 경쟁력을 과시하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어센드는 팹리스(설계) 기업 화웨이의 제품이다. 2019년에 출시한 어센드910A는 대만 파운드리 TSMC의 7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든 것이다. 2023년 선보인 어센드910B는 중국 파운드리 SMIC가 7나노미터 공정으로 만든 것인데, 네덜란드 장비 회사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입이 어려워 다른 회사의 심자외선(DUV)을 사용해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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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어센드 910B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어센드 910C가 출시됐는데, 이는 엔비디아 H100 성능에 맞먹는 것으로 평가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 보고서를 통해 “어센드 910C는 엔비디아 H100의 성능에 맞먹을 것으로 보인다”며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으로 H10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20 등 저사양 칩을 공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어센드 910C는 미국에서 제재한 H20보다 사양이 우수하고, 최근 공개된 어센드 920 역시 성능이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제재와 이번 H20 수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쉽지 않을 수준의 AI 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셈이다.
미국이 제재 수위를 높여도 빈틈까지는 막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유입을 막고 있는데, 화웨이의 어센드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간다. 유령회사 등을 통해 우회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로 EUV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차선책인 DUV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반도체는 공정에서 식각 과정을 거치는데, EUV 장비 사용 여부가 제품의 완성도를 가른다. 미국이 ASML의 EUV의 중국 반입을 제재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 기업들은 DUV를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해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UV를 사용하면 제품의 수율이 떨어지고 여러 번 식각하고 비용을 더 쓸 뿐이지 EUV가 없어도 만드는 데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