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홀로 구조적 선순환 지속…“A- 이하 건설사 유동성 추가 확충 필요”

입력 2024-03-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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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기아 양재 사옥 외관.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기아 양재 사옥 외관.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호황이 올해도 피크아웃(실적 정점 뒤 하락)을 넘어 추세적 선순환 구조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제품 경쟁력 확보를 통해 사업안정성이 크게 안정되면서 중단기적으로 경기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자동차와 함께 국내 산업의 호황을 이끌던 이차전지 산업은 시장 내 전기차 수요 저하와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 심화 리스크로 인해 신용등급 전망 '긍정적' 모멘텀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건설 업황 역시 유동성은 낮고 프로젝트파이냉싱(PF) 우발채무 부실이 높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용도 하방 압력이 지속할 흐름이다.

25일 한국신용평가는 미디어 세미나를 열고 국내 주요 전방산업인 자동차, 이차전지, 건설의 전년도 실적과 리스크 요인을 토대로 점검한 신용등급 및 전망 변동 추이를 밝혔다.

국내 대표 완성차 1·2위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은 2018년 말 '부정적'을 받으며 2019년 동시에 기존 AAA에서 AA대로 떨어졌지만, 올해 초 나란히 'AA+, 긍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받아들면서 AAA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영훈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양사의 등급 전망 변경의 이유로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통한 글로벌 시장지위도를 꼽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글로벌 판매순위 3위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입지를 강화했다.

지난해 양사의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29조 원, 24조5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2018년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 5곳과 비교했을 때 평균판매가격(ASP) 상승 폭이 훨씬 높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ASP 상승률은 190%로 2위인 GM(179%)에 이어 혼다(161%), 폭스바겐(VW, 160%), 포드(153%), 도요타(145%) 등을 크게 웃돌았다. 판매량 회복효과 외에도 가격대가 높은 SUV(Sport Utility Vehicle)와 상품성이 양호한 SUV 제품믹스 개선, 고가의 옵션채택률 증가 등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이익창출력이 증가하면서 순현금 보유량도 늘어나고 있다. 김영훈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2021년 이후 이익창출력이 점차 개선되면서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잉여현금이 누적되고 있다. 기아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매년 4조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이 누적 중"이라며 "유동성과 영업현금창출력 고려 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수요의 둔화 우려 속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경쟁업체 대비 장기적인 전기차 사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 의존도는 미국, 서유럽 등 선진시장에 걸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재정비하면서 영업 판매력을 향상 중이다.

완성차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요 부품사의 실적은 다소 미흡한 흐름이다. 한신평은 매출처 다변화를 통해 계열 실적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실적변동성을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토요타그룹 부품사인 덴소의 경우 그룹 매출비중이 약 50%지만, 현대차그룹 부품사는 8~90%의 높은 계열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부품사들도 외부 수주 확대에 주력. 전동화 및 전장화로 부품기술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현대차그룹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부품사의 실적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참관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해부터 수급 부진에 들어선 이차전지 산업은 2027년까지 수급 저하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리스크 요인은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 심화, 전방 교섭력 약화, 미국 인플레이션 법(IRA) 불확실성 등이 지목됐다. 중국 시장을 제외할 경우 수요보다 공급 비율은 소폭 감소하지만, 전반적으로 배터리 셀 시장 대비 부진한 수급 환경을 보일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주요 이차전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AA, 안정적), SK온(A+, 안정적), 포스코퓨처엠(AA-, 안정적), 에코프로비엠(A2-)을 대상으로 시나리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주요 재무제표가 과거 대비 약화될 것으로 봤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전기차 침투율이 크게 둔화하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 비해 점유율 하락세가 지속하는 부정적 시나리오 하에서는 2025년부터 영업손실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SK온 또한 이같은 환경에서는 2026년까지도 영업적자가 지속해 기업공개(IPO) 등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업은 당장 유동성 부담은 덜었지만, 신용등급 A-~BBB- 등급 일부 건설사는 추가 유동성 확충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최근 시장금리 일부 하락에도 건설업종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대기업 계열 건설사인 GS건설, 현대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은 그룹 신인도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 재무안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견 이하 건설사는 국책기관 지원이나 자산 담보 없이 직접 자금 조달이 곤란한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신세계건설(A-), KCC건설(A-), 한양(BBB+), HL D&I 한라(BBB+)는 KDB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수요예측 미매각분 인수에 나섰다.

한신평은 건설사 부실 최대 리스크로 미분양과 PF 우발채무를 꼽았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유동성 악화와 더불어 분양률 저조 시 PF 상환 리스크와 본PF 전환 미착공 리스크 등 PF우발채무 부실이 향후 건설사 신용도를 결정하는 주 요인"이라며 "올해부터 건설사 평균 분양률 하락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PF 우발채무의 회계 정보가 한정된 가운데 실질적 부실 인식 가능성을 반영할 필요성도 내놨다. PF 구조조정 본격화로 부실사업장 자금과 손실 인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PF우발채무와 미분양 손실 인식 사례는 제한적이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직후인 2023년 연간 실적 발표에서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손실이 반영되면서 최근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

전 연구원은 "도급사업 중 분양부진 착공사업장, 지방 주택 및 비주택 미착공사업장 등 리스크가 높은 현장이 약 12조 원으로 전체 보증금액의 44%"라며 "금융당국의 건설계약 관련 우발부채 주석공시 모범사례를 올해부터 시행하면서 세부정보를 공개해 비교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나 변형된 신용보강 등 확인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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