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마이크론의 공습… 샌드위치 위기 삼성전자

입력 2024-03-21 14:29 수정 2024-03-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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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미국 정부로부터 200억 달러 보조금… 파운드리 2위 자리 넘봐
마이크론, 엔비디아에 HBM 공급 공식화
위기의 삼성전자,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승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인텔 오코티요 캠퍼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챈들러(미국)/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인텔 오코티요 캠퍼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챈들러(미국)/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샌드위치 위기에 처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부동의 1위이자, 파운드리 업계 독보적 2위를 달려왔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1위 TSMC 역시 과감한 투자로 2위와 격차를 벌릴 태세다. 메모리 사업에선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줬고, 3위 마이크론의 추격도 거세다.

인텔, 美 정부 지지 속 파운드리 2위 목표

2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85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포함해 총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2022년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제정한 이후 최대 규모 지원액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제로'(0) 수준인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2030년 전까지 20%로 끌어올리고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인텔이 미국 뉴멕시코주에 건설한 반도체 생산시설 '팹 9' (자료제공=인텔)
▲인텔이 미국 뉴멕시코주에 건설한 반도체 생산시설 '팹 9' (자료제공=인텔)

삼성전자도 미국 정부로부터 60억 달러(약 8조 원) 규모 보조금을 받게 될 전망이지만, 인텔 보조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인텔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향후 5년간 1000억 달러(약 134조 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2030년 내 2위 삼성의 자리를 빼앗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인텔이 자국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위협적이다. 인텔은 올해 안에 1.8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는데, 해당 공정의 첫 고객은 세계적인 IT 회사 마이크로소프트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의 본격 가세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는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만 신주에 있는 TSMC 본사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다. 신주(대만)/AP뉴시스
▲대만 신주에 있는 TSMC 본사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다. 신주(대만)/AP뉴시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역시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르네상스'를 꿈꾸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규슈 구마모토현에 86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1공장을 지난달 준공했고, 대만 현지에 건설하는 최첨단 2나노 공장은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HBM 힘입어 부활한 마이크론

삼성전자는 HBM에서도 샌드위치 신세다. 1위 SK하이닉스는 치고 나가고 있고, 추격자 마이크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마이크론은 20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치를 내놨다. 특히 마이크론은 이날 5세대 제품인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업계 3대장 중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지 못한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반도체 너머로 마이크론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너머로 마이크론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공급 가시화… 파운드리도 공격투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성전자는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과감한 투자로 다시 반도체 왕좌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파운드리는 업계 최초 GAA 3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AP 제품의 안정적인 양산을 시작하고, 2025년 GAA 2나노 선단 공정의 양산을 준비할 계획이다.

HBM에 시장에선 선두를 탈환할 계획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전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HBM4 등과 같은 신공정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개발해 다시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와의 HBM 공급 계약도 눈앞에 다가왔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부스에 전시된 HBM3E 12H 제품에는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혀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승인'이라는 단어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HBM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 HBM3E에 친필 사인을 남겼다. (자료출처=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 HBM3E에 친필 사인을 남겼다. (자료출처=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삼성 반도체 1분기 흑자 전망… 정부 지원도 필요

이처럼 경쟁은 치열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무엇보다 긍정적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분기 제품 가격이 D램은 16~19%,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30%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메모리 업계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도 1분기 2000억~7000억 원의 흑자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전망이다.

AI 기술 발전로 촉발된 반도체 경쟁이 국제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정부는 최근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 반도체 양산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세제 혜택, 자금 지원, 연구개발 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지원책은 단기간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부처 간 협력을 바탕을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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