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집게손’ 남혐 논란에…사회 전방위로 퍼지는 불안감

입력 2023-1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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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남성 혐오’ 의혹 제기돼
게임업계 넘어 일반 기업도 집게손가락 논란 타겟
일부 사용자, 추정 작가 공격ㆍ게임사 직원 사상 검증
“특정 사상 오해, 업무 불이익 걱정…AI 대체 우려도”

▲‘남혐’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유튜브 갈무리)
▲‘남혐’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유튜브 갈무리)

유명 게임 내 캐릭터 애니메이션에서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집게손가락’ 표현이 사용됐다는 의혹에 게임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해당 표현이 혐오의 표현인 집게손가락인지, 단순 반쪽 하트인지에 대한 언쟁을 넘어 게임사 직원들에 사상을 검증하는 모습도 보인다. 해당 사안은 논점에서 벗어나 사회 전방위적 젠더 갈등으로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소재 게임 회사에 대한 고객 응대 노동자 등 보호 조치 특별점검과 자율점검 지도를 시행한다. 최근 논란이 된 게임사인 넥슨도 포함한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개발자 등에게 “페미(페미니스트)인지 답하라”며 사상을 검증하려 들거나, 폭력적인 사진을 보내는 등 ‘사이버 불링(괴롭힘)’을 하자 당국이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번 논란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로 시작해 게임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발단은 메이플스토리의 신규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에 집게손가락 모양이 포함됐다는 주장이었다. 집게손가락은 남성의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뜻으로, 남성혐오를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해당 영상을 제작한 외주 업체인 스튜디오 뿌리와 게임사 넥슨은 영상을 비공개하고 사과문을 냈다. 메이플스토리뿐 아니라 스튜디오뿌리와 작업한 여타 게임들 역시 남성 혐오 표현이 포함된 영상 등을 내리고 사과에 나섰다.

논란은 일반 기업으로까지 번졌다. 포스코의 올해 신입사원 채용 영상에 집게손가락 모양이 등장한다는 논란이 일자 포스코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내 메신저에 집게손 모양이 나온다는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되자 회사는 해당 사진을 수정했다.

특히 해당 문제는 사회 문제로도 비화하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넥슨은 해당 사건 발발 이후 진상조사에 나섰고, 여성단체는 반발 기자회견을 넥슨 본사 앞에서 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집회 참가자들에게 칼부림하겠다’는 살인 예고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 해당 캐릭터를 그렸다고 지목된 스튜디오 뿌리의 여성 직원을 향해 인신공격 등 무차별 공격이 이뤄졌다. 담당 디자이너는 스튜디오 뿌리의 40대 남성 직원으로 밝혀졌으나 여성 직원에 대한 공격은 이어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혐오 표현에 대한 우려와 곤란함을 토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터지면서 넥슨뿐 아니라 다른 게임사들도 의도가 없는 캐릭터 손가락들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동료 간 신뢰 문제로도 불거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인 유저 분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혐오 의도라고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걸 혐오 표현으로 간주할 수 없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불안은 디자이너들에게도 번졌다. 한 디자이너는 “최근 논란으로 손가락 표현에 대한 검열 수준이 높아졌다”며 “특정 사상을 가졌다고 오해를 받고 업무에서 배제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는 “말로만 듣던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체하는 일이 일어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며 “AI를 학습해 개개인의 특정 사상을 나타내는 표현은 모두 배제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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