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잡지, 건축에 녹아든 '기하학적 추상미술'

입력 2023-11-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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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추상미술이란 1910년에 일어난 미술 사조로 물체의 선이나 면의 미학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 때문에 추상미술은 '도형의 성질'에 관한 학문인 기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하 미술관)은 16일부터 과천관에서 1920~1970년 사이에 국내에서 제작된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을 개최한다.

15일 김성희 관장은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 언론공개회에서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영화 주보, 잡지, 건축 디자인과 어떻게 공명하는지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한국인의 DNA는 대단하다. (당시 디자인이) 지금 세계가 알아봐 주는 한국문화에 바탕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의 말처럼 이번 전시의 핵심 내용은 기하학적 추상이 당시 한국 사회와 어떤 접점을 가졌는지다. 특히 눈여겨볼 전시는 '영화 주보'와 '책 표지' 등에 사용된 기하학적 추상미술이다.

▲'단성주보' 표지 (사진)
▲'단성주보' 표지 (사진)

영화 주보는 쉽게 말해 홍보 목적의 '영화 포스터'다 1920~30년대 제작된 영화 주보를 보면 기하학적인 무늬가 다수 발견된다. 영화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단성사나 조선극장은 홍보 전담 부서를 운영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영화 주보도 그 과정에서 등장한 홍보 수단이었다.

원래 주보의 표지에는 영화 스틸컷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기하학적인 구성과 원색의 색면을 이용해 추상적으로 디자인한 예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전유신 학예연구사는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에게 배포되던 영화 주보의 표지에서 발견되는 기하학적 추상은 이것이 근대적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롭고도 세련된 이미지로 인식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제일선' 표지 (사진=송석주 기자)
▲'제일선' 표지 (사진=송석주 기자)

또 문예 진흥의 목적으로 발간된 '제일선'이나 '신인간' 같은 시사 종합지에도 기하학적인 추상 디자인의 표지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제일선' 표지에는 기하학적 추상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전 연구사는 "정치, 경제, 외교, 문예 등을 두루 다루던 종합지들이 기하학적으로 디자인된 표지를 채택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기하학적 추상이 혁신적 이미지와 계몽의 이념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건축과도 접점이 있다. 1965년부터 서울의 도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건축물들은 당대의 미술가들에게는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전 연구사는 "현대적인 도시 서울의 면모는 미술가들에게도 기하학적이고 건축적인 구조와 이미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윤형근,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대표 추상미술가 47인의 작품 1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되며 내년 5월 19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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