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 범죄 늘지 않았다"...국회, 수사 예산 증액 제동

입력 2023-11-07 16:30 수정 2023-11-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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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전문위원 보고서 "마약 사범 증가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워...실적·인력 고려해 재검토해야"

▲6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마약 사범 단속 실적이 적다는 이유로 법무부의 내년도 마약 수사 사업 예산 증액에 제동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본지가 입수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4년도 예산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법무부의 마약 수사 관련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34억5500만 원(71.1%) 증액된 83억1200만 원이 편성됐다.

마약 단속을 위해 첨단 마약 수사 장비 도입,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운영 지원, 국제 공조 등을 위한 예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첨단 마약 수사 장비 도입을 위해 17억4500만 원이 증액됐고,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운영 지원에 7억3900만 원, 마약범죄 가상화폐추적수사 지원에 4억4000만 원 등이 증액됐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마약류 사범 단속 실적 및 마약 수사 인력의 증원 등을 고려한 예산편성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재검토' 의견을 밝혔다.

마약 사범이 이전보다 많이 증가하지 않았고, 마약 수사관 인원도 소규모 증원된 데 비해 관련 예산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법무부는 마약 수사 사업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에 대해 최근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등 마약류 범죄가 잇따르고 있고 일상생활까지 위협을 주고 있는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 마약 수사 예산을 증액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연도별 마약류 사범 단속 현황을 보면 2019년과 2021년은 1만 6000여 명대이고, 2020년과 2022년은 1만 8000여 명대로 연도별 실적을 볼 때 마약 사범이 크게 증가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도별 마약 수사관 인원현황을 보면, 수사인력 증원과 예산 증액이 함께 따라야 하는 업무 성격상 마약 수사관 인원은 2019년 296명에서 2023년 307명으로 4년간 11명 증원되는 데 그치고 있음에도 마약 수사 관련 예산은 크게 증가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국제수사 공조 등을 위한 출장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도 문제 삼았다. 정성희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법사위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마약 수사 관련 예산에서 국제 공조를 위한 4개국 연간 2회 출장 등 국외업무여비가 2억2100만 원(177.4%) 증액됐고,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위한 업무추진비가 4억7200만 원(479.7%) 늘었다.

보고서는 "마약사범 수사 및 수사역량 강화와 간접적으로 연관된 항목의 예산 증액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증가율이 큰 비목인 업무추진비 및 국외업무여비는 향후에도 해당 증액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나, 해당 항목은 범죄 수사 및 수사역량 강화와 간접적으로 관련된 성격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외업무여비의 증액 사유인 '마약범죄 국제공조 활동'이 현지 동향파악이나 단순 업무협의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도 예산에서 2억2000만 원 규모로 새롭게 편성된 해당 활동은 검사 1명과 마약 수사관 5명이 주요 또는 신종 마약류 유입국인 4개국(미국·라오스·독일·네덜란드)을 방문해 현지 유관기관과 업무협의 및 정보교환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마약류 관련 현지 동향파악이나 단순 업무협의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단기 출장의 특성상 해외에서 범죄자의 추적 및 체포 등 수사 활동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특히, 마약범죄 대응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마약사범 정보수집, 마약류 사범 수사, 압수마약류 일제점검, 신종 마약류 수사 강화 등을 위해 소요되는 국내여비는 1억4197만 원으로 올해와 동일하게 편성했음에도 현지 마약류 동향파악에 그칠 우려가 있는 검사 및 수사관 등 수사 실무인력의 정기적 해외 방문경비의 대규모 증액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첨단 마약수사장비 도입 예산안 규모의 적정성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마약류 휴대용 탐지기의 경우 법무부는 대당 단가를 6700만 원으로 편성했으나, 이는 경찰청 단가(휴대용 3000만 원, 고정형 5500만 원) 대비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검찰청이 구입하는 기기가 상대적으로 정확성, 휴대성 등이 우수한 제품일 수 있으나, 단가 차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과도하게 큰 경우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4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4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마약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예산 증액에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예산심사 과정에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4월 국무회의에서 "국가를 좀먹는 마약 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정부는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마약 근절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여당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마약 수사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지난 27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마약 수사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것은 어려운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예산만큼은 오히려 크게 챙겨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 사항이라고 보여진다"며 "마약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도록 마약 수사 예산심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특활비 집행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법무부의 마약 수사 관련 특수활동비 예산의 전액 삭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감사원 등 권력기관 중심으로 증액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대폭 조정하는 한편 특수활동비는 재정여건을 감안해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해 예결위에서도 법무부의 마약 수사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특활비가 2억7500만원밖에 안 된다고 해서 놀랄 것 같고, 2억7500만원밖에 안 되는 수사비를 민주당이 전액 깎겠다고 하는 것에 놀랄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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