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칼럼]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전산화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23-06-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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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법학‧철학 박사, 디지털금융법포럼 부회장)

소비자 중심 디지털 전환 가속화
핵심은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의료계, 비급여 통제 우려에 반대
“상생 법안…조속히 법제화해야”

보험상품을 설계하거나 개발하는 단계부터 계약관리, 보험금 지급관리까지 이어지는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전환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가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절차 전산화 방안을 들 수 있다.

실손보험 전산화 방안은 종이 서류 없이도 환자가 병원에 요청만 하면 전산으로 보험금이 청구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병원이나 약국(이하 요양기관)에서 진료비 영수증을 비롯한 증빙자료를 스스로 종이 문서 형태로 발급받아 이를 방문, 팩스, 우편, 이메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의 방법을 통해 보험회사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이러한 청구 절차의 불편으로 인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포기한 실손의료 보험금액만 74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양기관 역시 서류를 매번 발급해줘야 하는 행정적 부담이 있고, 보험회사 또한 연간 1억 건이 넘는 보험금 청구서류를 수기로 입력하고 심사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약 3900만 명이 가입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등에 대해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하여 제2의 건강보험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전통적 의료보험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다수의 보험회사가 실손보험을 취급하고 있으며, 피보험자는 임의로 보험상품을 가입할 수 있고 자유롭게 요양기관 및 의료서비스를 선택해 방문한다. 모든 요양기관 역시 자유로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기술을 이용해 단순히 보험회사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보험산업 모델을 혁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험산업의 디지털 기술은 컴퓨터 보급을 시작으로 업무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순차적으로 적용돼 왔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소비자 생활패턴의 급속한 변화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의 보급 확산을 통해 디지털 전환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등과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은 전통적인 보험 사업모델을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국내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의 속도는 지속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상품개발과 가격산출·언더라이팅 과정에서는 고객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수집하고 보장위험을 세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UBI(Usage-Based Insurance)나 BBI(Behavior-Based Insurance)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자동차보험에서 운행거리 및 운전습관을 반영해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위험에 노출되는 때에만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태에서 볼 수 있다.

동일한 계약에 반복적인 가입이 이뤄지는 경우 가입절차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보험 개시와 종료를 편리하게 한 온-오프(On-off)형 여행자보험과 레저보험 역시 마찬가지이다. 판매와 보험금청구는 고객과 접점이 발생하는 단계로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의 전환, ‘종이’문서에서 ‘전자’문서로의 변화, 플랫폼의 등장을 중요한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실손 보험금 청구 전산화는 보험회사의 효율성과 소비자의 편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 의료정보 활용 보험가입 제한 등의 부작용, 환자 개인의료정보 유출 등과 함께 민간보험사의 환자정보 집적에 따른 의료민영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국회에 발의된 법안에는 비용 절감과 정보 보호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보험개발원 등을 중계기관으로 운영하고 정보 집적 및 실손 청구 전산화 이외 목적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중계기관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하면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반대하고 있다.

실손 보험금 청구 전산화는 거부할 수 없는 디지털 사회의 시대적 흐름이다. 실손 보험금이 보험수익자에게 안전하고 편하고 빠르게 지급돼야 한다는 점에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중계기관 운영 시 정보 집적 및 실손 청구 전산화 목적 외 사용에 대해 엄격히 금지하는 법적 안전장치 마련을 조건으로, 보다 효율적인 제도운영을 위한 중계기관 설치가 합의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국민적 불편 해소만을 바라보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상생 법안인 만큼, 실손의료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위한 조속한 법제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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