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술보호 지원 강화…기업들 "NDA 실효성 높여야" [종합]

입력 2023-06-08 14:06 수정 2023-06-0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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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처벌 방안도 필요”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8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 발표 및 간담회 이후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8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 발표 및 간담회 이후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간병인 돌봄 케어 매칭 서비스를 운영하는 A사는 오프라인 위주의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지역 운영 기업을 인수하고 4년 넘게 기획해서 서비스를 내놨다. 그러나 한 대기업이 서버에 들어와 기술을 모두 긁어가면서 불과 1년 만에 카피 된 서비스로 시장에 진입해 분쟁이 터졌다. A사는 모니터링을 하는 상황에서도 사건 발생 6개월 이후에야 기술탈취 사실을 알게 됐다. 다행히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도움을 받아 해를 넘기지 않고 대기업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주현 차관은 8일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 발표와 함께 스타트업, 대기업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은 지속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하고 피해기업의 경영회복 강화 등을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해 관련 법과 제도, 정책추진이 있었으나 현장에 체감성과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대기업과 비교해 기술보호역량 상대지수는 2020년 70.1%에서 2021년 56.7%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 결과 스타트업의 거래관계(납품ㆍ수출ㆍ계약)에서 발생하는 기술침해가 18.2%에서 50.0%로 크게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창업기에는 인력, 비용 부족 등으로 핵심기술의 체계적 관리가 미흡해 향후 기술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위험에 노출됐다. 성장기에는 시장진입 과정에서 대기업의 불공정한 기술탈취, 유용행위 등으로 매출 손실, 도산 위험에 빠졌다. 중소기업의 47.4%가 침해 발생 이후 6개월이 지나서야 침해 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처간 공조체계는 부족했다. 최근 대기업 L사와 스타트업의 기술탈취 사건에서 특허‧영업비밀은 특허청, 불공정거래는 공정위 소관으로 복잡하게 얽혔다. 그러나 부처별 법령, 제도, 지원사업 등을 중소기업은 파악하기 어려워 필요한 대응수단 마련에 한계가 있었다.

피해 중소기업의 법적 대응 비율은 52.6%에 불과하다. 소송 판결 이후 중소기업이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이 시급하지만, 지원프로그램이 미흡해 침해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운영 과정에서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긴 경험을 잇달아 털어놓았다.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는 “골프장을 상대로 4~5년을 뛰어다니면서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카카오가 솔루션을 모방해 출시하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며 “내부 서비스에 침투한 증거 등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싸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예방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재가 강력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비밀유지협약(NDA) 양식을 표준화하고 공증하는 등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대표는 “대기업과 협업을 요청드리면서 NDA를 제안드리기 어렵다”며 “또 일반적으로 보면 기밀이라고 반드시 적시돼 있거나 회의할 때 ‘기밀이다’고 하지 않으면 다 예외처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표준에 대한 것들 중기부에서 마련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견원 HMC네트윅스 대표는 “분쟁을 겪었지만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며 “다행인 것은 삼성화재와 많이 함께 하는 데 모든 대기업과 협업이 안 좋은 결과로 끝나진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NDA에 대해 중기부에서 표준 양식을 만들고 내용증명 하듯이 공증해주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기부는 혁신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기술탈취에 대한 예방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거래 시 비밀유지계약 체결, 특허대응, 거래증거 확보 등 1대 1 매칭방식으로 집중 지원한다.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기술침해 경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기술유용행위에 대해 법원에 금지,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금지청구권을 도입하고 징벌적 손해배상도 3배에서 5배로 강화하는 등 기술침해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피해 중소기업의 분쟁상황에 맞는 부처별 대응, 지원사업을 신청양식 제공부터 제출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범부처 기술 보호 게이트웨이가 LLM 기반으로 구축돼 내년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다.

또 내년까지 전국 19개 지방법원과 업무협약 체결을 완료해 법원 소송사건의 조정제도 이관을 확대, 신속한 분쟁해결을 도모한다.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행정조사의 공동신청, 시정권고 미이행 시 경찰청 수사의뢰, 해외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국정원과의 협업강화 등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부처 협력을 강화한다.

회복단계로는 피해 발생 기업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보증 지원을 최대 10억 원까지 신규 지원하고, 기술분쟁 회복지원센터를 신설하여 보증 및 기술거래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담 컨설턴트를 통해 현장 밀착형으로 연계 지원한다.

현행 상생법과 기술보호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기술보호 법체계를 통합하여 기술보호 지원수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기술보호법’ 전면 개정을 추진한다.

조주현 차관은 “스타트업이 가진 아이디어를 도둑질하는 것은 성장의 가능성을 빼앗아 간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며 “예방을 강화하고 분쟁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 분쟁 이후 나타나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 신속 회복, 지원하는 방안으로 개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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