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끄고 버텨야 하나?"…소폭 인상이라지만 살 떨리는 서민

입력 2023-05-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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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분기 전기·가스요금 5.3% 인상…kWh당 8원·MJ당 1.04원↑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 3020원·가스요금 4430원 부담 늘어
여름·겨울, 전력·가스 사용량 급증…냉·난방비 폭탄 걱정 커져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한 시민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한 시민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이 모(33) 씨가 받은 지난해 12월 사용한 도시가스 사용량이 담긴 고지서에는 23만 원이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전월(11월 사용요금)의 10만8000원에서 두 배가량이나 뛰었다. 이씨는 "아이가 없어 난방을 최대한 덜 틀어도 버틸 수 있었기에 이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는데 가스비가 많이 오르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단독 주택에 사는 주부 김 모(48) 씨는 올해 1월 1~31일 사용한 2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년 한겨울에도 30만 원을 넘지 않았는데 올해는 46만 원이란 숫자가 고지서에 찍혀있었다. 김씨는 "12월 요금도 적잖게 올라서 집 안에서도 겉옷을 입은 채로 생활하고 가스보일러도 꼭 필요할 때만 틀며 버텼는 데 이 정도 요금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라고 푸념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살을 에는 추위가 한반도를 덮쳤을 때 터져 나온 이슈는 '난방비 폭탄'이다.

2022년 3월 서울시 기준 주택용 요금은 1MJ(메가줄)당 14.22원이었다. 이후 가스요금은 4월 14.65원, 5월 15.88원, 7월 16.99원, 10월 19.69원까지 올랐다. 3월과 12월의 격차는 5.47원에 달했다. 이는 체감 온도 영하 20도에 이르는 최강 한파와 맞물리면서 서민의 삶을 짓눌렀다.

문제는 이제 냉방비 폭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점이다.

정부는 45일가량 미뤄졌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15일 발표했다. 현행보다 각각 5.3% 올렸다. 각 가정의 경우 16일부터 즉시 달라진 요금 체계가 적용된다.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당 1.04원 인상 수준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 대국민 설명문을 통해 "전기요금은 내일부터 kWh당 8.0원을 인상하고자 한다"라며 "4인 가구 한 달 전력 사용량이 332kWh라고 가정할 때, 올해 초 대비 월 전기요금이 약 3000원 증가하는 수준의 인상 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스요금은 MJ당 1.04원을 인상, 이는 4인 가구 한 달 가스 사용량을 3861MJ이라고 가정할 때, 월 가스요금이 약 4400원 증가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요금은 기존 kWh당 146.6원에서 154.6원으로 인상됐다. 이는 부가세와 기반 기금 등을 제외한 것이다. 가스요금의 인상률은 주택용의 경우 기존 MJ당 현행 19.6910원에서 20.7354원으로 5.3%(1.0444원) 인상됐다.

정부의 설명대로면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 기존 6만3570원에서 6만6590원으로 오른다. 부가세 등을 포함해 3020원을 더 내는 셈이다. 도시가스는 8만4643원에서 8만9074원으로 인상된다. 4430원 더 부담하게 된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이렇게만 보면 폭탄 수준의 인상 폭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평균의 함정이다. 4인 가구의 연평균 전기·가스 사용량을 놓고 인상 폭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온의 1년 평균은 매년 다르지만 섭씨 12도이다. 하지만 여름에는 30도를 훌쩍 넘기도 하고 겨울에는 영하 20도에 이르기도 한다. 한여름과 한겨울에 에너지 사용량이 폭증하는 이유다.

다만, 4인 가구 기준 월별 에너지 사용량 집계는 따로 조사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사용량 증가 폭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 요금 인상과 관련해 "4인 가구 기준 월별 전력 사용량을 따로 통계를 내진 않고 있다"라며 "이번 4인 가구 기준 332kWh의 사용량 수치는 2019년을 기준으로 조사된 에너지총조사 보고서에 연도별 증가율을 가정해 나온 숫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숫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5월보다 7, 8월에) 100kWh에서 150kWh의 전력을 더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5월 대비 7월과 8월 약 40%가량의 전력을 더 소모한다는 의미다.

특히 올여름에 평년보다 더욱 심한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것이라는 예보까지 나와 과도한 전력 사용량 증가와 전기요금 인상이 맞물리며 '냉방비 폭탄' 이슈가 터질 우려도 크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 발표와 함께 취약 계층을 위한 '냉방비 폭탄' 완화 대책과 전기 절감량에 따라 1kWh당 30원의 캐시백으로 지급하는 '에너지캐시백 제도' 등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관은 "지난 겨울 난방비로 인한 국민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이번에는 냉방비 부담을 덜 대책에 신경을 썼다"며 "에너지캐시백을 예로 들면 오히려 전기요금이 올라갔음에도 전체적인 부담은 낮아질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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