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소상공인·금융 단체, 전기요금 인상 반대 '한 목소리'

입력 2023-04-04 17:00 수정 2023-04-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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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가스요금 관련 관계자 간담회 개최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한 시민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한 시민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소비자와 소상공인·국가 경제·금융시장 연구원 등이 전기요금 인상을 반대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간담회란 이름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논의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요금 인상 반대 결의 대회의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4일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전기·가스요금 조정 관련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에너지경제연구원 공동주관으로 이뤄진 간담회는 국민경제·사용자·공급자·금융시장 전망·에너지 시장 전망 등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한 다양한 관계자와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간담회는 사실상 전기 요금 인상 반대의 근거를 찾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 관련 포퓰리즘 요금 정책이 에너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채권·금융시장에까지 미칠 수 있단 점에서 경계해야 한단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당정은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미뤘다. 전날인 30일 '요금 인상에 공감'하는 취지의 입장을 표했다가 하루 만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를 두고 당정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반발 등을 의식해서 요금 인상 잠정 보류를 진행했다는 관측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min2@newsis.com (뉴시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min2@newsis.com (뉴시스)

이번 간담회 역시 당정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간담회 참석자의 발언을 단체별로 살펴보면 우선 소비자단체의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년간 4번의 가격조정으로 가계부담이 가중된 상황으로 고물가 시기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며 "전기·가스 요금 인상 시 인상 폭과 시기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제공을 통해 소비자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수요 감소를 위해 요금 인상 이외에도 전기·가스 사용절감 시 인센티브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는 "전기·가스요금이 이미 소상공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됐으며 추가적인 가격 인상 시 영업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1달 임대료도 1년에 5% 이상 인상할 수 없는데 전기료는 인상 폭이 너무 커서 임대료보다 더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감사는 "현행 요금체계는 소상공인의 부담이 과중한 구조로 요금체계 개편 및 소상공인 대상 요금 지원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국제금융센터의 오정석 전문위원은 "2021년과 22년의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이례적 현상으로 지난해 8월을 정점으로 최근까지 하락세를 보인다"라며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망 다변화 등 고려 시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글로벌 가스 가격은 안정 추세 지속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유가는 OPEC+감산, 중국의 수요 회복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상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우려 등이 부각될 경우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에너지 가격 하향세를 부각해 요금 인상이 성급한 조치일 수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구자현 산업·시장정책 연구부장은 "지난해 기록적으로 급변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국내 에너지 가격에 즉시 반영 시 실물경제 변동성 확대 및 민생경제에 큰 충격을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며 "에너지 가격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절약을 도모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를 요금제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금융산업실장 역시 "올해 한전채 발행 여건은 지난해에 비해 큰 폭 개선돼 발행 규모가 소폭 확대되더라도 현 수준 금리에서 무리 없이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다만,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큰 폭 확대되고 대외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경우 채권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과 적정 수준의 한전채 발행이 촉진되면 채권시장 부담 감소 및 기업 자금조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의 김기명 전문위원은 "신종자본증권 활용, 자구노력,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하락 효과 등을 고려할 때 한전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시장 내에서 한전채 소화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도 "대규모 한전채 발행이 계속된다면 약세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시기 조절을 언급한 참석자도 있었다.

한국자원경제학회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에너지 기업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비하고 공공서비스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건전성 회복이 필요하다"라며 "저렴한 요금 수준은 소비자들에게 해당 에너지를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제공하며 손실이 커지는 구조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요금 인상이 필요하나, 요금 인상은 경제주체에 충격이 되므로, 인상의 폭과 시기를 조절하고 공기업의 사업비용 저감 노력도 필요하다"라며 "또한, 요금 인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너지 관련 연구원의 경우 전기요금 인상으로 에너지 변동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유수 에너지탄소중립연구부장은 "유가는 연초 82달러에서 72달러로 하락했다가 최근 OPEC 감산 결정으로 80달러로 다시 상승하는 등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있다"라며 "물가 상승 등 국민 부담을 우려해 요금 동결 시 에너지 부문의 공급 안정성 저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증가, 경제 전반의 자금조달 문제 등 큰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김창식 수요정책실장 역시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3%이며,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라면서도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정책과 투자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가격정책에 따른 취약계층 등에 대한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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