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첫날, 고객들은 '환영'…금융노조는 여전히 '반발'

입력 2023-01-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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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시간이 오후 4시까지로 연장된 첫날인 30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중구 신한은행 명동지점 모습. 고객 16명이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유하영 기자 haha@)
▲은행 영업시간이 오후 4시까지로 연장된 첫날인 30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중구 신한은행 명동지점 모습. 고객 16명이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유하영 기자 haha@)

30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명동지점에는 고객 16명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 영업일이었으면 이미 영업점 문을 닫았을 시간이지만 은행 영업시간이 정상화되면서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은행권은 이날부터 ‘오전 9시~오후 4시’ 영업을 시작했다. 앞서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단축됐던 영업시간이 1시간 연장된 것이다.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는 정부가 이날부터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2021년 7월 수도권 은행 영업시간이 단축됐고 같은 해 10월 영업시간 단축이 전국으로 확대된 바 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신한은행 명동 지점에서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고객은 총 9명이었다. 대기 고객 수는 이날 오전부터 계속 비슷한 수준이었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해당 지점에서 대면 업무를 보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은 8명에서 10명 정도로 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았다.

해당 지점 청원경찰은 “외국인 관광객 고객과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는 단골고객들이 많은 지점 특성상 오늘 오전 9시부터 고객이 많았다”며 “영업시간이 30분 앞당겨진 첫날이지만 오전 9시 이전에 영업하는 주변 상인들이 많이 방문해 계속 10명 정도가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시간 정상화 첫날, 시민들은 은행 업무를 좀 더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서울 중구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근무하는 이모(30) 씨는 “본사에다가 매일 현금 매출을 입금해야 하다 보니 은행을 자주 찾는다”며 “카페에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가 끝나고 은행에 오면 보통 오후 2시 30분에서 3시 정도인데 대기 인원이 많다 보면 촉박해진다. (은행 영업) 시간이 오후 4시까지 연장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평소 입·출금 업무를 보기 위해 해당 지점을 자주 찾는다는 김모(67) 씨는 “영업시간이 다시 늘어 훨씬 편하다”며 “지점을 찾는 시간이 들쭉날쭉한 편인데 점심 이후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업무보기가) 더 나아졌다”고 했다.

은행이 오후 4시보다 더 오래 영업했으면 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40분께 해당 지점을 찾은 사업자 박모(50) 씨는 “업무 파트너들과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미팅을 많이 하는데 끝나고 은행에 오면 오후 4시 정도가 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비교했을 때 영업시간이 정상화돼 훨씬 나아졌지만 (4시 이후) 영업시간을 더 늘려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영업시간 정상화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사측의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는 금융산별 노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날 오후 1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애초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논의를 통해 영업시간 운영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사용자 측은 TF회의 개최를 차일피일 미뤘고 지난 25일 논의에서도 사측은 ‘여론이 좋지 않다’는 말만 반복하며 노측의 ‘오전 9시 30분~오후 4시까지 영업’ 절충안 등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국내 은행의 점포가 대거 줄어들어 은행원의 근무 강도는 상승했고 고객의 불편은 증가했다. 그나마 영업시간 단축은 급감하는 점포 수와 고용 총량 속에서 남은 은행원들이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 ‘숨통’이었다”며 “사라진 은행 점포들과 은행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결코 같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사측의 영업시간 환원 일방 시행 결정은 명백한 노사합의 위반이라며 사측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노조는 “법률자문으로부터 사용자 측에 대한 고발과 진정이 가능하다는 법적 해석을 받은 상태”라며 “노조와 사측 중 누구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추후 법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은행권은 '노조의 합의와 관계없이 영업시간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법률 의견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 중앙노사위원회가 합의한 내용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겠다는 것인 만큼 실내마스크 규제가 풀린 뒤라면 영업시간을 복구하는 데 노사 합의가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논리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노조의 영업시간 정상화 반대에 “상식에 부합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에 대해 노조 측은 “노조 협박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당한 법 해석과 권한에 따른 조치’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지 금감원장이 단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금융사용자들과 함께 은행 영업시간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경영진 측에 고객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고용을 유지할 것과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겠다”며 “관련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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