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학과 출신이 본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입력 2023-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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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전공 분야에 뛰어난 재능은 없었다. 그래도 수학이 계산보다 증명에 특화된 학문이란 건 알고 졸업했다. 덕분에 특유의 ‘쪼’가 남았다. 단언적 주장에 뒤따라 오는 근거를 샅샅이 살피는 일이다. 내 딴엔 증명작업인 셈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둘러싼 업계 간 이견은 팽팽하다. 최근 대형마트와 중소 유통업계 상생협의체가 가동하면서 일부 조항을 완화하는 데 이들 이해단체가 합의를 보긴 했지만, 여전히 ‘월 2회 의무휴업’은 규제로 묶인 상태다.

그 탓에 장장 10여 년간 이어온 핵심 쟁점도 그대로 남게 됐다. 대형마트를 강제로 쉬게 한다고 해서 과연 전통시장이 살아날 것인지다. 구체적인 ‘증명 작업’은 다음으로 귀결한다. 월 2회 마트 의무휴업 규제 후 전통시장 매출이 얼마만큼 올랐는지 따지는 일이다.

실증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작업인데도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은 완전히 엇갈린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판도, 전통시장 예산지원 효과 등 증명을 방해하는 변수가 많은 탓이다.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은 이 사안이 정치로 풀어야 할 일임을 방증한다. 정치는 똑 떨어지는 해답 아닌 합의를 구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포기를, 타협을 봐야 한다. 총대를 메고 다양한 이해단체를 테이블 한자리에 모아 조율하는 정치의 역할은 지대하다.

결국,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규제 이후 전통시장 매출이 얼마나 올랐는지가 아니라, 논의 과정에서 이해단체 간 목소리가 충분히 모였나가 핵심이다. 분명한 건 의무휴업일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평일로 전환될 시 노동조건이 심대하게 흔들릴 마트노동조합이 합의 테이블에서 간단히 배제됐단 점이다. 정치의 의무방기다.

복잡한 세상만사를 수학자들처럼 변수를 간소화해 증명으로 해석하려 드는 건 게으른 정치일 뿐이다. 아직 합의안이 현실화되려면 법을 고쳐야 하는 만큼 국회의 시간이 남았다. 정치가 타협과 조율을 앞세운 고도의 기예로 남을 수 있을지는 바로 자신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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