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의 은마아파트 지하 통과 여부를 놓고 민자사업자와 해당 단지 입주민들간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우회노선은 없다'면서 선을 그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후 강남구민회관에서 ‘GTX-C 은마아파트 간담회’를 열고 GTX-C노선의 서울 강남구 은마 아파트 지하 통과 문제에 관해 “노선 변경은 없다”며 “하지만 안전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 노선의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지하 통과안을 두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과 입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자 정부가 직접 나서 입장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일부에서 노선에 급격한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렇게 될 수 없는 기술적, 법률적 제약이 있다”면서 “C노선을 건설하는 공법은 이미 수많은 선례가 있어 안정성이 확보돼 있을 뿐 아니라 이 역시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 때부터 여러 대안과 법률적인 것을 고려해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원 장관은 “근거없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주민들을 선도하는 등 일부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관해서는 행정조사권, 사법처리권 등을 다 발동해서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면서도 “빠른 시일 내 추가 협의를 통해 충분한 대화와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지만 은마 주민 측도 여전히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이라 갈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은마아파트 주민협의회 관계자는 참여했지만,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불참했다.
이날 만난 한 입주민은 “우회 노선을 마련하면 그만큼 건설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아끼기 위해 현대건설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반대 탄원서 제출 등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은마소유자협의회 공동대표는 “(C노선이) 대단지 아파트를 통과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다”며 결사반대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정부는 그간 이 사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펼쳐왔다. GTX C노선의 경우 민자 사업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정부가 노선을 변경하는 등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워서다. 그러나 입주민과 현대건설의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자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수원시와 양주시를 연결하는 GTX C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 아파트를 지하 50m 깊이로 관통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이에 은마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과 입주민들은 지반 침하, 붕괴 등 안전성 위험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사업은 앞서 지난해 6월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달 12일부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우회안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추진위 측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우회 노선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추가 우회안을 제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추진위의 시위 행보에 더는 협의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현대건설은 2020년 추진위가 국토부에 제출했던 탄천 경유안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9월에는 매봉산을 통과하는 우회안을 국토부에 제출한 바 있다. 현대건설이 추가 우회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국토부는 원안과 이 우회안을 두고 검토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한 소규모 아파트 단지 밑을 지난다는 지적이 나와 사실상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