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군부시절 헌법 개정하려했는데...국민투표서 부결

입력 2022-09-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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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 헌법 제정 찬성 78%였어
일부 항목 지나치게 급진적이어서 반발 사

▲칠레 산티아고에서 4일(현지시간) 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국민투표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산티아고/AP뉴시스
▲칠레 산티아고에서 4일(현지시간) 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국민투표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산티아고/AP뉴시스

군부 독재 시절에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려 했던 남미 칠레의 계획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칠레 선거관리국은 개헌 찬반 국민투표 개표 결과 개표율 99% 기준 각각 찬성 38%, 반대 6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효표 과반 찬성이 필요했던 개헌안은 부결됐다.

현행 칠레 헌법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1973∼1990년) 시절인 지난 1980년 제정됐다. 이후 몇 차례 개정은 됐지만, 그 뿌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그간 41년이 넘은 헌법을 갈아 치우자는 사회적 요구는 있었지만, 개정되지 못하다 2019년 10월 불평등 개선 촉구 시위가 계기가 됐고, 이른바 '피노체트 군부 독재 헌법'이 불평등을 조장하고 차별을 시정하지 못한다며 개헌의 목소리가 커졌다.

개헌 착수 여부를 묻는 2020년 국민투표에서는 78%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하면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후 성비 균형을 맞추고 원주민들도 포함한 제헌의회(155명)가 구성돼 초안을 작성한 뒤 정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7월 개헌식을 위한 제헌 전당대회가 열렸을 때만 해도 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낙관론은 유지됐다.

그러나 일부 조항 표현이 추상적인 데다 '공기업 구성원 남녀 동수', '자발적 임신중절 보장' '난민 강제 추방 금지', 등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급격한 사회 변화를 사실상 강제하는 규정이 삽입되면서 국론은 분열됐다.

'칠레는 사회·민주적 법치국가다. 칠레는 다민족적이며 상호 문화적, 지역적, 생태적 국가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새 헌법에는 원주민 자결권 확대와 양성평등 의무화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폭넓게 담겼다. 11개 장 388개 조항으로 돼 있는데, 조항 수는 전 세계 헌법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급기야는 투표를 수개월 앞두고 시행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을 웃돌았고, 실제 이날 국민투표 결과도 개헌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그간의 여론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개헌안 부결로 지난 3월 취임한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36)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개헌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겠다는 게 보리치 대통령의 의지였으나,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디사이드칠레의 크리스토발 헤니우스 설립자는 "보리치 대통령이 타격을 받게 됐다"면서 "아무도 찬성과 반대 투표율 차이가 20%포인트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 개정 추진 자체를 완전히 접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국민투표 후 보리치 대통령은 헌법 개정에 대한 자신의 대선 공약을 재확인하며 "의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보다 광범위한 대중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헌법 개정안을 마련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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