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일본 총리 사망, 그는 누구인가

입력 2022-07-08 18:02 수정 2022-07-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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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03년 11월 9일 자유민주당(LDP) 당사에서 선거에 당선된 후보들의 이름 옆에 꽃을 꽂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03년 11월 9일 자유민주당(LDP) 당사에서 선거에 당선된 후보들의 이름 옆에 꽃을 꽂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선거 지원 유세 도중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일본 우익의 상징적 정치인이 사망하면서 일본 정계도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53세 최연소 나이로 일본 총리 자리에 올라 최장수 기록을 남겼다. 그는 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까지 366일간 재임하다 사임했다. 2012년 12월 26일 재취임 후 연임에 성공했고 2020년 8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암이 재발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총 재임일수는 3188일로, 외삼촌 사토 에이사쿠(1901∼1975) 전 총리(2798일)을 제치고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로 기록됐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 사임 이후 지병에서 회복한 뒤 2021년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는 등 일본의 ‘실질적 총리’라는 평을 받아 왔다.

아베 전 총리는 10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전역을 돌며 자위대 명기를 위한 평화 헌법 개정과 반격 능력 보유 등 우파 정책을 홍보했다.

아베 전 총리를 상징하는 대표 정책은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과감한 경기부양책이었다. 그가 재집권에 성공했을 당시 일본은 엔고 현상과 경기 침체로 오래된 경기 불황을 겪고 있었다. 2011년 쓰나미와 원전 사고 등으로 인적·물적 피해가 큰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은 경제적 극복을 염원했다.

아베 전 총리는 금융완화·재정 확대·구조개혁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세웠다.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기업들이 큰 수익을 거두면 이것이 다시 임금과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본 것이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할 당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85엔이었다. 하지만 엔화 가치는 3년 만에 50% 급락하며 125.8엔을 기록했다.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물가상승률도 2018년 6월 0.8%까지 올랐다. 2012년 4.3%에 달했던 실업률도 2019년 9월 기준 2.4%로 내려갔다.

아베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한마디로 미국 우선, 아시아 경시로 대변된다. 동아시아 국가를 중시하는 ‘아시아주의’를 배제하고, 미·일 동맹을 강조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국을 우선시했지만, 아베 정권 때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는 서로를 ‘신조’, ‘도널드’라 부를 정도로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 자리에서 라운딩 도중 직접 카트를 운전했고,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의 생일까지 챙겼다. 일본 내부에서조차 ‘굴욕외교’, ‘여행 가이드’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전쟁 가능한 국가’의 전환을 꾀하는 우파 아베에게 미국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일본은 평화헌법인 헌법 9조에 따라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이런 일본을 전쟁 가능국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헌법 9조 개헌을 추진했다.

아베 전 총리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보수 강경파의 행보를 걸으면서 아시아 국가들과는 멀어졌다. 한일 관계도 최악의 냉각기를 가졌다.

2006년 총리직에 오른 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여는 등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듯 했다. 그러나 실제 행보는 보수강경이었다. 2013년 4월,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을 타결하기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합의 정신이 훼손됐다면서 한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2018년에는 한국인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더불어 해당 기업(일본제철)의 한국 자산 압류 조치 등이 거론됐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국가 간 신뢰 손상’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도 빼버렸다.

최연소 및 최장수 총리로 일본 정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아베 총리는 보수우파를 결집시켜 일본을 무장국가로 만들려던 야망을 이루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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