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로톡 가입 변호사 내일 무더기 징계…갈등 고조

입력 2021-08-03 16:28

변호사의 법률 플랫폼 가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새로운 규정이 4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변협이 원칙대로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 징계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변협과 플랫폼 간 갈등을 넘어 변호사 집단의 내부 갈등으로 격화하는 모양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법률 상담 연결·알선과 관련해 경제적 이익을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4일부터 시행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플랫폼에 가입한 500여 명의 회원에 대한 징계 요청 진정서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변협 "로톡, 변호사법 위반"…징계 강행 예고

대표적인 법률 플랫폼인 로톡은 이용자가 자신의 사건 관련 키워드를 플랫폼에서 검색할 경우 그에 맞는 변호사 정보를 제공한다. 로톡은 광고료를 낸 변호사들의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이용자는 이를 바탕으로 변호사들과 유료상담을 할 수 있다.

변협은 "로톡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고, 변호사를 플랫폼에 종속시킬 것"이라며 "로톡을 탈퇴하지 않는 변호사들을 규정대로 징계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나 사무 직원은 법률 사건 수임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변협은 로톡이 법률 사건 수임을 대가로 변호사로부터 광고료를 받아 해당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사가 아니면서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 사건을 감정·대리하거나 알선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조항도 논란의 대상이다. 변협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형량을 가늠해주는 로톡의 '형량 예측 서비스'가 이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로톡은 ‘광고 플랫폼’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고 형량 예측 서비스는 통계 자료에 근거한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로톡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변협의 고발을 당했지만 두 차례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이날 "법률 소비자들이 변호사를 찾는 과정이 낙후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리걸테크'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형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플랫폼 종속 강화" vs "청년 변호사 일할 기회 줘야"

변협은 변호사의 공익적 특성을 고려하면 로톡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로톡이 지금 당장은 소비자에게 편리해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호사의 법률 플랫폼 종속을 강화해 소비자의 선택권에 악영향을 준다는 취지다.

변협 관계자는 "지금은 변호사들이 수수료 없이 로톡에 등록할 수 있는데, 그 결과 로톡에 등록하는 변호사 수가 늘어나고 로톡 없이 사건을 수임하기 어려워지면 종속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들이 플랫폼에 종속되면 로톡은 수익을 위해 등록 변호사들이 고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만들어 종속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법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 단체에서 문제로 삼는 부분은 로톡이 '광고비'를 수익 모델로 사용하면서 돈을 사용한 만큼 노출도를 높여 시장에 왜곡을 주는 것"이라며 "이는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가게가 음식의 맛과 가격 등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리뷰이벤트로 평점과 댓글 수를 높이는 방식과 유사해 사실상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톡은 자사 서비스가 시민들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개업 초창기인 청년 변호사의 경우 사건을 수임하기 어려우므로 이들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수가 증가하고 수임 경쟁이 심화하면서 로톡에 가입해서라도 영업을 하려는 변호사가 수천 명인데, 모든 변호사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협회가 변호사를 징계 수단으로 플랫폼을 저지하려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의 리걸테크 기업은 혁신의 혁신을 거듭하면서 법률 서비스의 질적·양적 성장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고 있다"며 "모든 국민이 싼값에 능력 좋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단체는 이런 방식의 강경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톡에 등록한 변호사들은 6월 변협의 광고 규정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또 광고 규정 개정안과 함께 법률 플랫폼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안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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