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살아갈 가족' 내세운 정이한 후보, 세대 초월 감성 정치 실험

입력 2026-06-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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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부친 정근 원장- 아내 정결교수(아들 정온 군)- 정이한 붑산시장 후보가 유세차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이한 후보 캠프)
▲좌로부터 부친 정근 원장- 아내 정결교수(아들 정온 군)- 정이한 붑산시장 후보가 유세차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이한 후보 캠프)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던 1일 저녁, 부산시민공원 남2문 앞 광장. 퇴근길 시민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춰 세운 유세 현장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세 과시형 정치 집회와는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무대 위에는 정이한 후보와 그의 부친인 정근 온병원그룹 원장, 배우자 정결 부산대병원 산부인과 임상교수, 그리고 생후 4개월 된 아들 정온 군까지 한 가족의 3대가 나란히 섰다.

주황색 점퍼를 입은 유세단 사이로 가족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선거운동원들의 율동이나 구호보다 한 가족의 이야기가 먼저 눈길을 끄는 순간이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정근 원장의 연설이었다.

부산 의료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정 원장은 사실 지역 정가에서는 정치에 대한 꿈을 품었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직접 정치 무대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후에는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 지역사회 활동에 전념해 왔다.

그는 이날 연단에서 정치인이자 병원그룹 회장이라기보다 아버지의 모습으로 시민들 앞에 섰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길을 아들이 걷고 있다."

짧은 한마디 속에는 자신의 정치적 도전과 좌절, 그리고 아들에 대한 기대가 함께 담겨 있었다.

정 원장은 "평생 부산에서 살아갈 정이한 후보야말로 부산을 가장 잘 알고 부산을 위해 일할 사람"이라며 "아들이 과거 나처럼 중앙 정치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시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정 후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 무대 중앙에는 정 후보의 아내 정결 교수와 품에 안긴 생후 4개월 된 아들 정온 군이 자리했다.

유세장의 스피커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머니 품에 안긴 온 군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정 교수는 수줍은 듯 차분한 목소리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고, 정 원장은 며느리와 손자의 손을 잡아주며 가족의 응원을 보탰다.

정치인의 가족이 등장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지만, 이날 유세는 조금 결이 달랐다. 배우자나 자녀를 단순한 선거 소품으로 내세우기보다 "부산에서 살아갈 가족"이라는 메시지 자체가 유세의 중심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연설에 나선 정 후보 역시 자신의 공약보다 가족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아들을 바라보며 "우리 청년들과 아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부산을 만들겠다"며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고 부산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연설이 끝나자 광장 곳곳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유세를 단순한 가족 동원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정치 커뮤니케이션 사례로 바라보는 시각도 나온다. 거대 양당이 조직력과 진영 논리로 맞붙는 선거판에서, 제3정당 후보가 자신의 공약보다 '부산에서 살아갈 3대 가족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흔치 않은 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의 이력이나 정당의 간판보다 아버지의 미완의 꿈, 청년 정치인의 도전,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의 미래를 하나의 서사로 연결한 방식은 기존 정치 문법과는 다른 접근으로 읽힌다.

결국 이날 시민공원 유세장의 주인공은 후보 개인이 아니라 '부산에서 살아갈 3대'였다. 제3정당이 보여준 가족 중심의 감성적 메시지와 세대 연결 서사는 기성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청년 정치와 미래 세대를 연결한 이번 유세는 젊은 정당이 시도한 새로운 소통 방식이라는 점에서 부산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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