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금소법’에 떨고 있는 금융지주사

입력 2021-03-30 06:00 수정 2021-04-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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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시행됐다. 판매 프로세스와 운용 역량 강화로 책임 있는 운용과 판매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형 은행들을 필두로 한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그룹 계열사들은 다소 느긋한 입장인 반면, 금융지주사는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그룹과 금융지주사 간 지배구조, 영업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의 경영관리 및 그에 부수하는 업무만 수행하는 순수지주회사만 허용되며, 영리 목적의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지배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회사 배당이 주요 수익원으로 수익 증대를 위해 자회사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어 단점이다. 자회사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환경이 녹록지 않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해 수익구조 다각화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의 경영진은 금융지주회사에서 부여받은 목표 달성 여부로 평가받게 되고, 부진할 경우 교체될 수 있다.

이에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운용사는 상품 기획 및 제작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무리하게 시장 평균보수 수준보다 높거나 혹은 낮은 상품을 만들 수도 있고, 상품의 설계ㆍ운용에 금융지주회사(혹은 판매사)가 관여한 OEM펀드를 만들 수도 있다. 판매사는 실적 압박으로 기준과 절차를 무시한 채 상품을 출시하거나 판매하여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례는 지속됐다. 올해 2월에는 라임펀드 투자자 3명의 손실에 대해 ‘은행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및 투자자보호 노력 소홀 등으로 고액ㆍ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며 우리은행 55%, 기업은행 50%의 기본배상비율을 책정했다.

반면 금융지주사가 없는 금융그룹은 이번 금소법 시행에 별다른 불만이 없다. 금융그룹은 각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로 계열사 간 관여가 어렵다. 따라서 각 계열사별 상품에 대한 운용과 판매가 독립적으로 이뤄져왔다. 운용사는 상품의 경쟁력을, 판매사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 독립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 예로,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은 책임 운용 및 판매로 불거진 최근 사모펀드 이슈에서 자유로웠다. 현재 금융그룹은 교보, 미래에셋, 삼성, 한화, 현대차, DB 등으로 6월 말부터 금융당국의 통합 감독을 받게 되어 투명성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운용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및 금융투자업규정으로 계열사 펀드 판매가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운용규모(순자산)가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운용사의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시장 상황과 트렌드에 맞춰 상품을 출시하고, 고객에게 과도하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한다.

판매사는 고객이 수익을 내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고객의 판매와 관련된 절차와 의무를 중시한다. 고객 수익실현은 고객 신뢰와 위탁자산 증대로 이어지는 선결 요건이다. 독립적으로 상품을 심의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고객에게 판매해도 좋은 상품과 추천하면 안 될 상품을 선별해 판매한다. 상품 심의는 계열사 상품이라 하더라도 피할 수는 없다.

금소법 시행에 은행을 중심으로 1시간 넘게 설명해서 팔아도 손실 나면 책임을 물게 돼, 돈도 되지 않는 투자상품 판매를 아예 접자는 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금소법은 선진국형 금융으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필수과정이다. 금융지주사와 금융그룹의 옥석을 가리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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