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법, '비종교적 신념' 양심적 병역거부 첫 인정

입력 2021-02-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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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건 다른 판단…'진정한 양심' 유무죄 갈라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진정한 양심'이 인정되는지가 유무죄 판단을 갈랐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구 대법관)는 25일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예비군 대신 징역 선고해달라" 요청

A 씨는 2016년 3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6회에 걸쳐 예비군 훈련과 병역동원훈련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의 거부’라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훈련 등을 거부하는 것이 법률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로 인해 고통받는 어머니 아래서 성장해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군인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도 생겼다.

다만 A 씨는 가족의 설득으로 군에 입대했다. 입대 후에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것을 후회해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 관리병에 지원해 군 복무를 마쳤다. 그러나 예비역에 편입된 후로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훈련을 모두 거부했다.

이로 인해 A 씨는 수년간 수십 회에 걸쳐 조사를 받고 총 14회에 걸쳐 고발되고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계속되는 수사와 재판으로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

범죄행위로 처벌받거나 학창 시절에 폭력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기록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유죄로 판단될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기까지 했다. 대체복무가 도입되면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1·2심은 여러 상황을 종합해 A 씨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에 의한 경우라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훈련, 병력동원훈련 거부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군대 인권침해ㆍ부조리' 이유로 병역거부 인정 안 돼

반면 이날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더라도 ‘진정한 양심’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우면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B 씨는 군대 내 인권침해와 부조리 등을 주요 병역거부 사유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집총 등 군사훈련과 본질적인 관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복무하는 부대, 시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 씨가 병역거부 이전에 양심적 병역거부나 반전·평화 분야에서 활동한 구체적인 내역이 아무것도 소명되지 않은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특히 C 씨는 집회에 참여해 경찰관을 가방으로 내리쳐 폭행한 사실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모든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 목적, 동기,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도 이에 가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날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한 예비군법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각하했다.

헌재는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문제는 심판 대상 조항의 위헌 여부가 아니라 법원의 구체적 판단의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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