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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위드 코로나] 팬데믹發 新노동계급화…여성·청년·서비스업 ‘패닉’

입력 2021-01-06 05:00

더 커진 고용시장 불균형

대면 업종 중심 취업자 수 급감
단순 일자리, AI로봇으로 대체
맞춤형 재난지원금 대안도 부재
전문가 “생활임금·로봇세 부과
노동취약계층 지원안 논의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우리 국민 절반이 일자리를 잃었거나 수입 감소를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노동자를 필수노동자와 지식노동자 외 서비스 기반의 여성 중심 기타 노동자의 자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 동향 2020’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양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작년 5월 기준 전체 응답자 가운데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다”라는 답변은 50.3%에 불과했다.

실제로 나머지 49.7%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임금이 깎였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았지만, 임금이 줄었다(26.7%) △일자리를 잃었다(14%) △일자리는 있지만 ‘무급 휴가’ 상태다(9%)라고 답했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가을에 접어들면서 3차 유행이 본격화되자 감소 폭은 더 커졌다. 코로나19 실업은 기타 노동자에게 회복하기 힘든 충격을 안겨줬으며 백신의 국내 공급이 본격화돼도 당분간은 취업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게 재계와 취업 시장의 중론이다.

남성보다 여성이…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직격탄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증발했다. 2009년 리먼 쇼크 때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음식과 숙박업, 서비스업 등 대면 업종 중심으로 타격이 컸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이전과 전혀 다른 노동시장의 위기로 이어진 셈이다.

직접적 피해 대상도 이전과 달라졌다. 40~50대 가장이 직격탄을 맞았던 과거와 달리 코로나19는 남성보다 여성의 고용에 큰 영향을 줬다.

상용직보다 임시직 노동자에게 더 가혹했다. 대부분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면하는 서비스 관련 업종이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해 3월 남성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8만1000명 감소했지만, 여성은 무려 11만5000명이나 줄었다. 4월에도 남성(-18만3000명)보다 여성(-29만3000명) 취업자 수가 11만 명이나 적었다.

3차 재확산 이후인 9월에는 여성 취업자 수(-28만3000명)와 남성 취업자 수(-10만9000명) 감소 폭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나이별로도 젊은층의 취업이 더 경직됐다. 3월부터 10월까지 20대 취업자 수는 8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다. 상근 근로자보다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일용직 근로자의 취업자 감소도 컸다. 3월부터 정규직 근로자는 8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임시직 근로자는 8개월간 내림세를 지속했다.

특히 4월(-58만7000명)과 5월(-50만1000명)에는 임시직 일자리가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50만 명 넘게 감소했다.

편의점이나 서비스업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증발했다.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임대료조차 못 내는 상황에 직면하자 가장 먼저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기 시작한 셈이다.

40~50대 직장인보다 20대 젊은층의 단기 일자리까지 영향을 준 셈이다.

고용 대란…“서비스직 근로자를 구하라”

저금리가 지속하는 동안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는 빈부 격차 확대 신호와 연결된다. 새로운 양상의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노동계는 이른바 신(新)계급화 사회로 전환했다.

예산을 쥐어짜내고 짜내 만들어낸 고용안정기금은 필수 노동자와 전문직·지식 노동자에, 나아가 대기업에 집중됐다. 3차 재난지원금 역시 자영업자 중심으로 혜택이 돌아갔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가 창궐했으나 이를 막아내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사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다중 이용시설에서 일해온 종사자, 이른바 기타 노동자에 대한 정책은 전혀 없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외에 이들에 대한 맞춤형 대안은 사실상 부재했다.

코로나19 탓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만큼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노동정책이 절실하다.

예컨대 단기직 또는 임시직 근로자의 현황과 피해를 파악하고,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추가 재난지원금도 절실하다. 자영업자, 즉 고용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들 ‘기타 근로자’에게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특히 대면 서비스와 관련된 특정 부문 및 집단에 대한 영향이 크다”며 “앞으로 감염병의 집단 감염이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위기 극복 이후에는 집단 감염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떠한 노동 시장정책을 갖춰야 할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본소득과 사회배당…이름은 달라도 패러다임 변화 필요

20세기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은 보편적 기본소득이 실업복지와 주택복지, 장애복지 그리고 기타 모든 복지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관료적 낭비를 일소한다고 주장했다. 밀턴 프리드먼은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제안했다. 고스득층에 세금을 거두듯 저소득층엔 보조금을 주자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소득이라는 용어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시민배당, 사회배당, 사회임금, 생활보장임금 등으로 명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관건은 용어 선택을 넘어 서비스업 기반 기타노동자들의 업(業)을 인공지능(AI)이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어, 코로나19 등 예기치 않은 쇼크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노동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범사회 차원에서 장기적 논의에 나서야 할 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더미래연구소에 따르면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을 주려면 매년 186조 원, 50만 원을 주려면 309조 원이 필요하다. 2019년 복지예산 전체 규모가 161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현 불가능한 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의 임금만큼 로봇세를 거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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