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대법 판결 여파 확산…투자위축, 성장동력 발목 잡힌 재계

입력 2020-08-21 14:01 수정 2020-08-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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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ㆍ현대중공업 등 유사 소송 진행…'경영상 중대한 어려움' 판단할 지침 필요

▲기아차 노조원들이 20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기아차 노조원들이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기아차 노조원들이 20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기아차 노조원들이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며 유사한 재판을 진행 중인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아가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물론, 재계 전반의 투자위축과 성장동력 추진 제약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점증된다.

쟁점이 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법조와 재계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현대중공업, 두산모트롤, 한진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만도, 한국지엠 등이 현재 통상임금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 측이 패소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최대 수천억 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2013년부터 7년 넘게 관련 소송을 이어오고 있는 금호타이어다.

금호 측 노조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을 다시 지급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2017년 내려진 2심에서는 패소해 현재 대법원 상고가 진행 중이다.

상고심에서 노조가 승소하면 사 측은 20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처지다. 올해 상반기 53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금호타이어에 치명적인 비용이다.

유사 소송을 진행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회사마다 세부적인 상황이 다르지만, 기아차의 이번 판결을 예의주시해 왔다”며 “대손 충당금 등으로 대비해온 기아차만큼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못한 기업은 패소 때 상당한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기업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비슷한 소송전이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신의칙’ 적용과 관련된 지침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을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에 근거한 원칙이다. 계약관계에서 나도 성실하게 상대방에게 응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 개념으로, 통상임금 소송의 쟁점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률성을 갖춘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되면 신의칙을 적용해 통상임금 확대 청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회사에 큰 부담이 된다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말하는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라는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것.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회사마다, 판결마다 결론이 뒤집히는 이유도 이런 배경 탓이다.

이번에 기아차 노조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조차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신의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조에 패소 판결을 내린 2심 재판부는 “회사의 경영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임금 청구가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동일 사안에 따라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 엇갈린 판단을 내린 셈이다.

경영계는 향후 유사한 소송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을 판단할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나아가 이번 기아차 항고심 판결이 재계 전반의 유사 소송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기아차와 금호타이어 사정이 달랐듯, 기아차의 대법원 판단 기준이 재계 전반의 유사 소송에 직결돼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외부적인 요인까지도 고려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따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신의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법원 판결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기업이 재정 부담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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