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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아포칼립스, 좀비, 그리고 영화 ‘반도’

입력 2020-08-13 17:51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한국 영화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극장에 사람이 없다. 지난해보다 관객 수가 92% 줄었단다. 이런 와중에 극장에 영화를 걸 무모한 제작자가 있을까? 먼저 영화 ‘반도’가 험난한 전장에 선봉으로 나섰다. 다행히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를 필두로 ‘강철비2’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차례로 개봉을 하면서 비포 코로나로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도’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가정을 전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한민국이 좀비 떼의 공격을 받아 초토화되고 전 세계로부터 고립된다’면?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여 평단의 비난을 받긴 했지만 ‘부산행’으로 이미 대박을 친 연상호 감독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재난영화는 어쩌면 스토리가 간단할수록 좋을 수도 있다.

4년 전 가족을 잃고 가까스로 한국을 탈출하여 홍콩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며 살고 있는 정석(강동원)은 정체불명의 조직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반도에 다시 들어가 거액의 돈이 실려 있는 트럭을 확보해 빠져나오기만 하면 엄청난 대가를 받기로 한 것. 그러나 반도의 좀비들은 더욱 거세져 있고 좀비뿐 아니라 반도에 남아 생존해 거의 조폭처럼 살고 있는 조직과도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정석은 이들과 함께 반도 탈출을 감행한다.

열차 객실로 제한된 공간이 ‘부산행’이었다면, 이번에는 서울과 그 근교 도시를 배경으로 다이내믹한 카 체이싱이 벌어지며 공간을 무한 확장한다. ‘매드맥스’류의 무법 질주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데, 혹자는 이 장면은 꼭 4D로 보아야 영화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운전대를 잡는 이들이 거의 여성이다. 반도에 함께 들어간 중년 여성은 예전에 택시기사였고, 거친(?) 운전 솜씨로 좀비 떼를 박멸하여 관객을 매혹한 준이(이레), 심지어 장난감 자동차를 조정하여 좀비 떼를 따돌린 어린 아이(이예원)도 모두 여성이다. 이제는 보호받아야 할 여성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여성으로의 존재감을 부각하고자 함일까? 나중에 감독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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