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수소 퍼스트 무버' 대한민국

입력 2020-06-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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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소충전소 구축 세계 최다…현대차, 일본 꺾고 점유율 63%

연료전지 발전량 선두 올라…비싼 수소값 향후 절반 깎기로

자원고갈ㆍ환경오염 없는 에너지…수소경제 이행 법적 근거 수립

총리 소속 수소경제위 출범 예정…"그린수소, 재생에너지 확대 핵심"

▲재난영화 'The Day After Tomorrow' 한 장면  (사진=영화 캡처)
▲재난영화 'The Day After Tomorrow' 한 장면 (사진=영화 캡처)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어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온다. 2004년 발표된 한 재난영화의 시놉시스다. 영화 얘기일 뿐이라고? 안심하지 말라. 지난해 1월 미국에는 영하 40도라는 '살인 한파'가, 호주에서는 영상 46도의 '사상 최악의 폭염'이 덮쳤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가 더 자주, 더 심하게 극한 날씨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지구 평균 기온도 상승 추세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지구의 기온은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해수면 온도는 7년 연속 상승세다. 영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세계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발효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각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점차 줄여 21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ZERO'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즉 현재 세계를 움직이는 주 에너지원인 화석연료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열기 위한 협약이다.

이를 위해 세계가 주목한 미래 에너지는 무엇일까?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에너지원 중 유력한 대체재로 꼽히는 것이 수소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경제적 효용 측면에서 바라봐도 다른 친환경 에너지와 비교해 강력한 잠재력을 가졌다. 주요국이 세계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수소경제로의 글로벌 전환은 대한민국에 기회다. 세계 최고 수준의 활용 분야와 우리의 강점을 살린다면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미래 핵심산업이 될 잠재력과 가능성이 충분하다. 수소경제는 그간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 탈피해 초기부터 '퍼스트 무버(First-Mover)' 전략을 추진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

▲탄소경제와 수소경제의 비교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탄소경제와 수소경제의 비교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 왜 수소인가? = "자원 고갈, 환경오염, 경제·안보 걱정 없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수소입니다"

한국의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힌 짧지만 모든 것을 담은 한 줄이다.

원자번호 1번인 수소는 우주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기술적 난이도는 높지만 지역적 편중이 없는 보편적 에너지원으로 장기간·대용량 저장이 가능하다. 특히 산소와 화학반응으로 열·전기를 생산 후 부산물도 물(H2O)밖에 없어 환경친화적(CO2 free)이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파급 효과도 만점이다.

차량을 중심으로 열차, 선박, 건설기계 등 수송 분야와 전기, 열 등 에너지 분야까지 다양하고 새로운 미래 산업 생태계 창출이 가능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2조 달러 규모의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를 수소차로 전환할 경우 디스플레이 시장(1251억 달러)의 약 1.5배, 반도체 시장의 약 2분의 1의 규모에 달한다. 특히 국내에서 수소차, 연료전지 생태계 대부분이 기술력 높은 중소·중견기업으로 이뤄져 있어 수소경제 확대에 따라 협력기업의 성장과 고용 창출로 연계 가능한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현대차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에너지 기업 등 13개 업체가 2017년 설립한 '수소위원회'는 수소가 205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약 2조5000억 달러(약 3000조 원) 규모의 관련 시장을 창출하고, 전 세계 30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이자 '분산형 에너지'이면서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세계 경제 전반의 탈탄소화에 적합하다"며 "전력수요를 넘어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해 출력제한(curtailment) 대신 전기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주요국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계획 (그래픽=이민지 기자 leem1029@)
▲주요국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계획 (그래픽=이민지 기자 leem1029@)

◇ 세계는 지금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소리 없는 전쟁' 중 = 수소경제란 수소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수소가 국가경제, 사회전반, 국민생활 등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 경제성장과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경제를 말한다. 즉 새로운 성장동력인 수소가 미래경제의 핵심이자 친환경 에너지 혁명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당연히 수소경제와 수소사회를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은 치열하다. 주요 선진국과 기업은 수소 사회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우선 일본의 경우 수소경제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17년 수소기본전략을 수립하고 2018년 10월 수소각료회의에서 수소기술협력 및 표준 개발, 수소 안전 및 공급망 공동연구, 수소의 이산화탄소 감축 잠재력 연구, 수소 관련 교류・교육・홍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도쿄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 개정했다. 일본의 올해 수소경제 예산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809억 엔(약 92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일본은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개최해 수소사회의 쇼케이스화를 추진 중이다. 수소전기차와 발전된 연료전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선수촌 내 시설과 이동 차량 등에 수소 에너지를 사용해 기술을 뽐내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최근 수소전기차 개발 및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꼽힌다. 지난해 3월 중국 국무원은 중국 중앙정부 차원 수소 에너지 공급 인프라 확충 구상을 처음으로 담은 수소에너지 산업 육성 계획을 '정부공작보고'에 포함했다. 장쑤성은 2025년까지 수소차 생산량 1만대, 충전소 50개소, 수소버스 1000개 노선을 목표로 담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산업 발전 행동계획 발표했으며 청두시는 2023년까지 500억 위안(약 8조6000억 원) 매출 달성, 중국 최대 수소산업 첨단장비 제조기지 건설, 수소차 2000대, 충전소 30개소, 수소전차 노선 2개 목표로 한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놨다. 중국 굴지의 국영 에너지화학 기업인 시노펙(Sinopec)은 광둥성 수소시범도시, 푸산시 복합충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프랑스와 손잡고 상하이시에 복합충전소 2곳을 시범운영 중이다.

독일은 오래전부터 수소 사회로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클린에너지파트너십(CEP)’을 통해 수소충전소를 확충하고 수소전기차 시범주행 등을 실시했다. 수소·풍력·바이오가스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발전소를 세계 최초로 운영하고 있으며 마인츠 에너지 단지의 수소생산 상용화 프로젝트, 고온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연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소 에너지를 도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1월 수소차 200대 위한 공공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발표,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남부까지 수소차 충전 장애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자동차 제조사에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하는 조항인 '무공해자동차(ZEV·Zero Emission Vehicle)' 규정도 도입했다.

호주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한 글로벌 수소 수출국 위치 선점을 위해 노력 중이다. 2018년 12월 '2030 호주 수소산업 비전', 지난해 12월 '호주 국가수소전략'을 연달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전 세계 수소산업 주요 국가로의 성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호주 재생에너지청(ARENA)은 7000만 호주 달러(약 586억 원)를 들여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 연구개발(R&D) 17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영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도 수소 관련 예산을 늘리고 각종 정책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수소경제 선점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7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7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30년 수소차·연료전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목표 =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에서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7일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내건 목표다.

이 로드맵은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전 분야를 아우르는 내용을 담았다.

로드맵에 따르면 2018년 900대 수준인 수소차 보급을 2022년 6만7000대, 2040년 290만대까지 늘린다. 2018년 14기에 불과하던 수소차 보급 확산 핵심 인프라인 수소충전소도 2022년 310기, 2040년 1200기로 확대한다. 수소경제 확산의 걸림돌인 비싼 수소가격은 2018년 8500원/kg에서 2022년 6000원, 2040년 3000원까지 낮춘다. 또 CO2 배출이 전혀 없고 도심에 소규모 설치가 가능한 친환경 발전용 연료전지를 재생에너지 활용 수소 생산과 연계해 2040년까지 8GW급까지 확대한다.

▲수소자동차 비교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수소자동차 비교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로드맵 발표 1년 반이 지난 현재 한국이 이뤄낸 성과는 눈부시다.

수소차의 경우 일본 등 경쟁국을 제치고 지난해 최초로 글로벌 판매 1위를 달성했다. 현대차가 4803대로 세계 수소차 판매량의 63%를 차지했으며 이어 도요타가 2455대, 혼다가 320대로 뒤를 이었다.

수소충전소 역시 지난해 세계 최다 구축의 성과를 누렸다. 2019년 세계 수소충전소 구축 건수를 보면 한국은 14기에서 34기로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일본은 102기에서 112기, 독일은 66기에서 81기 등이었다.

연료전지 발전량은 한국이 408MW로 미국(382MW)과 일본(245MW)을 제치고 세계 보급량의 40%인 세계 최대의 발전시장을 조성했다.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는 223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08대 대비 약 120% 증가했으며 연료전지 역시 올해 하반기까지 180MW 이상 추가 완공될 예정으로 2022년 목표 1GW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이행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국회는 올해 1월 수소경제 관련 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 통과로 산업부 장관이 효과적인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으며 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수소경제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정부와 민관이 합심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적지 않다.

산업부는 23일 수소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진 30개 기업·기관과 함께 '해외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그린수소 해외사업단을 발족했다. 협약에 따라 기업·기관이 해외의 다양한 수소 공급처로부터 수소를 생산, 운반, 공급하는 완결된 공급망을 구축해 세계 수소경제를 선도해나갈 것으로 기대가 크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수소 분야의 'First Mover'가 돼 청정 수소 생산에 관한 앞선 기술력과 국제 공급망을 확보, 대한민국 수소 경제의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 민관이 함께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산업통상자원부·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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