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 가상화폐 규제 앞장서야

입력 2017-07-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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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천 기업금융부 기자

“상장만 되면 가치가 100배, 1000배로 뛰게 될 겁니다.”

올해 가상화폐 광풍이 불기 시작할 때 지인의 소개로 한 설명회에 참석하게 됐다. 강연장은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를 방증하듯 50~60여 명의 예비 투자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처음에는 가상화폐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듯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던 때라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강연에 집중하려는 순간 강연자는 ‘A코인’을 소개했다.

알고 보니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아닌 가상화폐 ‘A코인’에 대한 투자 설명회. 상장이 되면 크게 가치가 뛰어오를 거라며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이미 가치가 높게 형성된 비트코인과 달리 ‘A코인’에 지금 참여하면 일확천금(一攫千金)을 꿈꿀 수 있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게다가 ‘A코인’에 직접 투자를 할 수도 있고, 투자자 유치를 통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했다. 본인 아래로 두 명을 끌어들이면 그들이 투자한 금액의 10%를 돌려준다는 이른바 ‘다단계’, ‘폰지 사기’의 단골 설명이 뒤를 이었다. ‘A코인’이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져 실존하는 화폐인지 확인할 길도 없었지만, 이미 투자를 결정한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초기 목적과 달리 투기판으로 전락한 가상화폐 시장의 모습과 다단계의 ‘환상적인 컬래버레이션’. 최근 이 같은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인 장치가 전무해 언제 대형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달 말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등의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이지만, 금융당국의 의지가 없으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규제에 대해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의 사례를 검토하고 금감원과 함께 ‘가상화폐 투자 유의 안내’를 하는 등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한발 물러선 채 가상화폐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의 정확한 정의가 내려지지도 않았고, 규제로 인해 불거질 후폭풍에 대한 걱정도 이해하는 바이다. 그러나 ‘거래소 해킹’, ‘가상화폐 관련 폰지 사기 피해’ 등 이미 조금씩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량이 국제적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기 전에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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