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엘리트] 김동연 부총리, MBㆍ朴 정부도 중용...‘흙수저 신화’ 일군 입지적 인물

입력 2017-06-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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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인연 없는 유일한 장관 ... 위기관리 능력ㆍ추진력 높이 평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열린 첫 관계부처장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열린 첫 관계부처장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동연(60) 부총리는 여러 정부에서 중용돼온 정통 경제관료이자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문 정부에서 지명된 장관 후보자 중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없다.

지명된 당일 언제 지명 사실을 알게 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고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 대선 과정에서 어떤 후보 진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인선 과정에서 어떤 배경과 어떤 내부 논의가 있었는지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김동연 부총리를 지명하면서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저성장과 양극화, 민생경제 위기 속에 출범했다”며 “이른 시일 내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라고 말했다.

그 과제를 맡길 경제사령탑으로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없는 전문 관료 출신을 뽑은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요직을 거친 김 부총리의 검증된 전문성과 조정 능력을 무엇보다 높이 샀다는 뜻이다.

청계천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출발해 국무조정실장까지 지낸 김 부총리의 ‘고졸 신화’는 입지전적 인물 김동연의 트레이드 마크다.

충북 음성군에서 태어난 김 부총리는 1968년 11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충북 음성에서 상경해 미곡 도매상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 집안은 급격히 기울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 할머니, 동생 셋과 함께 청계천 7가 무허가 판자촌으로 쫓겨나듯 이사했다. 그마저도 2년 뒤 마을이 철거되면서 경기 광주, 성남으로 강제 이주했다.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덕수상고를 졸업한 만 17세 때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김 부총리는 “100m 달리기 경쟁에서 50m쯤 뒤처진 채 출발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은행 합숙소 쓰레기통에 버려진 고시 잡지를 주워 든 게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야간대(국제대)를 다니는 주경야독 끝에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러나 당장 가족의 생계가 급했던 그는 공무원 출근 전날까지 은행에 다녔다.

행시 수석 등이 주로 와서 엘리트 집합소로 불렸던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할 때 “요즘은 저런 학교 출신도 오느냐”는 비아냥거림을 실력으로 이겨냈다. 학력 극복을 위해 사무관 시절 미국 정부의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선발됐고 미시간대학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아 돌아왔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김 부총리는 2013년 10월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장남을 떠나보냈다. 발인 당일 오후에 출근했고, 다음 날 원전 비리 근절대책을 직접 발표하는 등 업무에 철두철미한 면모를 보였다. 부고도 내지 않았고 부의금도 받지 않았다. 2년 넘게 이어진 아들의 투병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나중에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기도 하고 심장에 큰 구멍이 난 것 같다”며 자신의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2년 4월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기재부는 여야 복지 공약의 소요 재원을 분석해 발표했다. 정치권의 예측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며 정면 비판을 가했다. 분석과 발표는 당시 재정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2차관이었던 김 부총리가 주도했다. 이 일로 기재부는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관 경고 조치를 받았다. 김 부총리는 “재벌가 손자에게까지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명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쪽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살리기를 볼링에 비유하며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겨냥해야 할 볼링 핀 1번이 저성장 핀이고, 청년실업이 2번 핀, 저출산이 3번 핀 순으로 있다고 칩시다. 이때 ‘왕 핀’(볼링에서 쓰러뜨릴 때 스트라이크가 될 확률이 높은 핀)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현상만 볼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보고 왕 핀을 겨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김 부총리는 또 “사회 보상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좋은 대학 나오고 공무원이 되거나 공공기관 가면 보상을 많이 받는 구조는 더는 곤란하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문학 서클 활동을 했다. 중학교 때는 동인 신문 ‘향우(鄕友)’를 만들어 작품활동을 했고 1965년 소년한국일보 주최 전국 소년소녀글짓기대회에서 운문부 장원에 올랐다.

△충북 음성 출생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건대 정책학 박사 △행정고시 26회 △경제기획원 예산실·경제기획국·대외경제조정실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과장·재정정책기획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국정과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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