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고정금리 주담대…피해 보는 혼합금리 대출자들

입력 2016-08-23 09:28 수정 2016-08-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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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추진 중인 고정금리 대출 확대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고정금리라며 판매 중인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은 상환기간이 5년이 넘었을 때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금리를 말한다. 사실상 대규모의 변동금리 주택대출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허점 이미 알고 있었다 = 금융당국 관계자는 23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상환기간 5년이 넘을 때 변동금리로 바뀌는 시스템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변동금리 전환 기간을 10년 또는 그 이상으로 변경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혼합금리 상품이 대량으로 판매된 지 오래되지 않아 사안이 시급하지 않다”며 “2~3년 정도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이 판매 중인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는 정책금융(주택금융공사)이 보증하는 대출(적격대출)과 은행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고정금리대출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적격대출에서 받은 고정금리 대출은 정부기관이 보증하기 때문에 전체상환기간 고정된 금리가 가능하다.

향후 금리가 상승해 생기는 역마진에 대해 정부가 재원을 출연해 충당하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고정금리 대출은 이른바 혼합금리로 5년간 고정금리였다가 5년이 넘는 시점에서 변동금리로 바뀌는 구조다.

대부분의 주택대출이 최소 10년에서 30년까지 장기 계약이란 점에서 고정금리라기보단 변동금리에 더 가깝다.

일각에선 처음 5년간 한시적인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것을 고정금리라고 인정하는 것이 소비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 헛발질에 피해는 소비자 몫 = 고정금리 중 순수 고정금리인 적격대출과 한시적 고정금리형인 혼합금리 비율은 50대 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10명 중 5명이 변동금리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기준금리의 상승과 하락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둔갑시켰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우선 기형적 상품 구조가 현재 저금리 기조와 금리 하향 추세에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예컨대 지금이 기준금리의 최저점이라고 해도 향후 3~4년간 급격하게 금리가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5년 이후 대내외 경제상황이 호조세를 보이며 경기 반등과 금리 인상이 일어난다 해도 이미 변동금리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게다가 현재로선 기준금리의 인하가 1~2년간 두세 차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소비자는 앞으로의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경감 혜택도 받지 못할뿐더러 미래에 있을 금리인상에 대해선 무방비로 노출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3년이 지나면 위약금 성격의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기때문에 재대출을 받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택대출을 5년에 한 번씩 갖가지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피로감과 인지세 등 물적 낭비가 뒤따른다. 은행이 내는 저당설정 수수료 또한 장기적으로 비용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애초부터 현실성 없던 고정금리 채우기 목표 = 1300조 원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486조 원(1분기 기준)으로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과거 대부분의 주택대출이 변동금리와 만기일시상환 방식으로 계약돼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처음부터 갚아가는 분할상환 방식과 향후 금리 인상에 부담이 덜한 고정금리 두 방식을 주택대출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꾸준히 홍보했다.

올해 고정금리 목표비율은 40%로 1분기 36.8%까지 끌어올렸다. 내년 말까진 42.5%까지 높이겠다는 게 목표다.

문제는 은행들의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무작정 목표만 정해놓고 압박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고정금리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자금조달 여력이나 리스크헤지(위험관리) 능력이 되지 않는다.

순수한 고정금리를 팔았다가 장기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손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변동금리에 가까운 혼합금리에 고정금리 이름표를 붙여 목표비율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애초부터 은행들이 자체 상품에 고정금리를 도입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그렇다고 정부보증 적격대출만 취급하기엔 은행이 대출로 얻는 수익이 급격하게 쪼그라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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