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대우건설 사장 선임 과정

입력 2016-08-05 13:14 수정 2016-08-08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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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실세가 외부 특정인 사장으로 밀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주인 없는 회사는 외부의 청탁이 끊이지 않는다. 각종 이권 사업은 물론 인사 문제까지 관여하려 든다.

사장 자리는 더욱 그렇다. 공정한 룰은 허울일 뿐 대개 외부의 입김에 의해 정해진다. 사장을 만들어 준 쪽에서는 임원이나 간부 승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지 않겠는가.

공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장직은 감독 관청 퇴직자 몫으로 할당된지 오래됐고 요즘은 부서의 요직에도 손을 뻗치는 모양이다. 그래서 산하기관이 많은 행정부서 공무원은 노후 걱정을 안 한다. 퇴직을 해도 웬만하면 관련 업체나 단체 등에 재 취업을 하기 때문이다. 고액의 연금은 별개이니 은퇴 후 생활 수준은 민간기업 출신과는 격이 다르다. 연관 업종에 대한 재 취업 제한 규정이 있지만 빠져나가는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공무원 출신의 낙하산은 그래도 괜찮다. 사회 경력이 일천한 사람도 줄만 잘 서면 번듯한 공기업 사장으로 벼락 출세하는 게 요즘 세태다.

경영 능력이 없는 사람이 수장이 됐더라도 회사가 잘 돌아간다면 별 걱정없겠지만 어디 그런가. 출신 성분이나 자질을 볼 때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기 어렵다. 노조에 흔들리고 외부 청탁을 받아주다 보면 회사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일부 독점기업 아니고서는 경영이 잘 될리 만무하다. 회사 내 크고 작은 비리가 횡행하고 직원들은 나태하기 십상이다.

조직이 단단한 공기업도 그럴진대 주인없는 민간 기업은 오죽하겠는가.

대우건설이 주인없는 설움의 처지에 놓여있다. 임기가 끝난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동안은 내부 출신이 CEO를 맡았다. 외부의 힘을 빌렸던 간에 아무튼 자체 승진 체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부에서 수장을 고르려는 분위기다. 내부자가 계속 회사의 사령탑을 맡게 되면 부실 경영의 대명사가 된 대우해양조선 짝이 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대우조선해양의 작태는 정말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부실의 요지경 임에 틀림없다.

내부 인사가 줄곧 사장직을 담당해 온 게 부실을 키운 꼴이 됐다. 그들만의 리그전을 치르기가 훨씬 손쉬웠다는 소리다. 서로 짜고 엄청난 규모의 분식회계 행위를 벌였으니 내부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비리는 얼마나 되겠는가.

대우건설도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아 외부 인사가 들어와 말끔히 걸러내야 한다는 게 영입파의 주장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건설업은 특성상 비자금과 같은 부정의 돈을 마련하기가 쉬운 편이다. 공사 하도급을 빌미로 수수료가 오가고 아파트사업 동참을 빌미로 시행사와 거래되는 블랙머니도 수월찮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은 많이 정화됐지만 건설사가 사업자금 대출에 보증을 서는 시절에는 유명 브랜드가 아파트 사업에 동참한다는 것 자체가 시행사로서는 큰 이권이었다. 대형 건설사가 공사를 맡아주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니 개발 이익금을 놓고 관계자와 어떤 ‘딜’이 벌어졌을지 대충 짐작이 갈 게다.

지금은 그런 검은 거래가 없어졌다 해도 예전의 인식이 잘 지워지지 않는 게 세상사여서 대우건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썩 명쾌하지 않다. 대우건설처럼 산업은행 감독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터지고 난 후 더욱 그렇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다. 대주주가 사장이나 임원 승진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임 과정이 석연찮아 말이 많다. 정치권에서 국책기관인 산업은행에게 압력을 가해 외부의 특정인을 사장 자리에 올리려 한다는 얘기다.

물론 종전 내부 인사끼지 경합한 CEO 선발 전에서도 대부분의 후보가 정치권 등에 동아줄을 댔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각종 매스컴에 외부 실력자가 특정인을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비판 기사가 적지 않다. 대우 측에서 언론 플레이를 한 듯한 인상이 들 정도다.

왜 외부 인사는 안 되고 내부 승진자여야 하는가.

대우건설 관계자는 “꼭 내부 인사가 아니더라도 정상 가도를 걷고 있는 대우건설을 잘 경영할 전문가라면 환영하나 이번에 거론된 인물은 주택 전문가여서 해외 사업이 중요한 시점에 어울리지 않다”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다. 주택사업은 앞으로 급격히 위축될 확률이 높다. 이제는 국내보다 해외 공략을 통해 건설업의 살 길을 찾아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유가 너무 궁색하다. 예전의 대우 사장은 모든 사안에 능통했던가. 경영자는 한 부문의 전문가가 아니라도 별 문제없다. 대우같이 조직이 큰 회사는 분야별 전문가만 잘 관리하면 된다.

대우건설 사장 선임에 대한 문제는 정치권이 대놓고 민간 기업 인사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무슨 인사 청탁이냐는 얘기다. 경쟁 건설사의 사장까지 지낸 사람이 정치권에 줄을 대서라도 대우건설 사장을 하려는 사람도 분명 문제가 있다.

변화기를 맞게 될 건설업의 수장에는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신선한 사람이 적임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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