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해양강국’의 파고, 남중국해 덮치다

입력 2016-06-27 10:47 수정 2016-06-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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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국가 중국이 기세 좋게 해양으로 진출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인공섬을 건설하면서 미국과의 기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동원하고 있는 ‘항행의 자유’라는 ‘미국 브랜드’를 오히려 역이용하기까지 한다. 중국 군함이 일본 영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전개하여 미일 동맹의 중국 견제에 역공한 것이다.

중국의 해양 진출 확대는 2010년 이후 중국의 가파른 부상과 맞물리면서 제해권 확보를 통해 글로벌 패권국으로의 부상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라는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그동안 스스로 지킬 수 없었던 해양 권익을 국력 증강에 따라 이제야 비로소 수행하는 ‘정상화’ 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등장과 동시에 ‘해양강국’ 건설이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중요한 국정 과제 중 하나임을 분명히 했다. 2013년 중국 국방백서에서도 이례적으로 “중국은 대륙과 해양을 겸비한 대국이다. 해양은 중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공간이자 자원을 보장하는 곳으로 인민의 복지와 국가의 미래와 관련되어 있다. 해양강국을 건설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발전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직후인 2013년 6월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신형대국관계’ 제의를 통해 태평양 양안 두 강대국의 윈윈(win-win)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여 동진(東進)을 시사했다. 그리고 그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발표하면서 서진(西進)의 의지를 표명했다. 동진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 중국은 11월에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대응했다. 서진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는 12월부터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매립으로 응답했다. 복기해 보건대 중국은 장기 플랜 속에서 해양강국 건설을 전개해 왔던 것이다.

어찌 보면 중국의 해양 진출은 1980년대 이후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예견된 것이었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 그리고 세계의 투자국으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중국의 자산은 급속히 해외로 확장해가고 있다. 2002년 27억 달러에 불과하던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2014년에는 2660억 달러(홍콩 포함)를 기록하여 세계 2위 투자대국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 수송로 확보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80%가 말라카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요컨대 중국의 해외 자산 보호, 에너지 안보, 그리고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해양국가로의 전환이 필수가 된 것이다.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해양으로의 진출은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다른 해공군력과 군사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해양 진출 확대는 해양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남중국해에서의 미국과의 갈등이라는 불필요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동남아를 비롯하여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도 자극하고 있다. 해양 영유권 분쟁이 중국 외교를 압도하면서 중국이 소위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운명공동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개하고 있는 매력 공세 외교가 희석되고 주변 국가들에 중국 위협 인식이 확장되어 오히려 중국 부상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의 갈등과 경쟁은 겉과 속이 다른 독특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사실상 강대국 간 세력경쟁의 새로운 전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선 미국이 ‘항행의 자유’을 주창하며 ‘규칙기반 국제질서 유지’라는 카드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는 영유권 분쟁이므로 미국은 비당사국이고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대로 중국 역시 ‘항행의 자유’를 명목으로 일본 영해에 군함을 진입시켜 미국이 제시한 ‘규칙 준수’라는 카드가 미국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며 결국은 규칙에 대한 해석과 적용의 문제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은 유엔 해양법협약을 비준하고 있지 않는 미국에 대해 ‘다른’ 국제규범을 제시하며 정면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해양 진출과 미·중의 새로운 경쟁 양상은 동시에 우리의 문제이다. 우선 해양 강국 중국의 등장이 우리에게 주는 당장의 현실적 문제가 있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미국에 필적하는 해양강국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 서해에서 자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행위를 방치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허술한 개도국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선진국이 아니면서 글로벌 강국으로 부상하는 특이한 상황이 과도기적으로 이중 정체성을 갖게 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성숙한 강대국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중 정체성을 통해 얻게 되는 이득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해양강국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주변 국가들에 위협과 불안이 아닌, 중국 스스로가 역설하는 이익공동체, 운명공동체로 인식되도록 하는 손쉬운 방법이 의외로 멀리 있지 않다. 해양강국이 되려는 국가로서 불법조업이라는 후진적 문제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불법조업은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상 최상의 관계’라는 한중관계에도 예기치 않은, 치명적이고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새로운 경쟁의 파고가 우리에게도 고난도의 외교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경쟁에서 동맹인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중 간의 새로운 경쟁이 특수한 지정학적 취약성을 지닌 한반도에 직접 투영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예컨대 우리에게는 절체절명의 안보 이슈인 북핵문제가 미·중 간 상호 대리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이 보다 전향적 전략 구상을 통해 북핵문제에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중의 해양 경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이 직면한 현실이다.

현재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이며 동아시아연구원(EAI) 중국센터 소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정치학 박사. 미 콜럼비아대 방문교수, 한중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 집행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연구 분야: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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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각축 대리전…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아세안 국가들

미·중 갈등의 속내는 사실상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제해권 확장을 억제하려는 것이고, 중국은 관행적으로 해온 미군의 이 지역 정찰활동을 견제하는 한편, 나아가 해양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하는 사실상 파워게임이다. 그런데 미·중 양국이 규칙과 규범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는 양국이 세력 경쟁 과정에서 제3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미·중 양국이 공히 국제사회, 특히 주요 당사국인 아세안 국가, 그리고 더 나아가 아시아 국가들을 의식하며 이들을 경쟁에 견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종의 ‘대리경쟁’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미·중 양국 공히 국내 정치, 경제적 제약에 직면해 있어 직접적 갈등과 충돌을 가능하면 우회하면서 ‘대리’를 내세워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인, 과시하려는 것이다.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은 그야말로 국가별로 입장이 복잡 미묘하다. 아세안 국가들은 미·중 사이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국가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각자도생의 선택을 암중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세안 국가들에는 공통적 인식이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중국의 팽창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원돼 인접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도 역시 경계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의 남중국해 매립 공사에 의혹과 우려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항행의 자유 군사작전을 지지하고 있지도 않다.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중 간의 충돌이 격화되어 이 지역의 불안정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요컨대 양 강대국이 서로 국제 평화와 질서의 안정을 주장하면서 경쟁하고 있지만 실상은 지역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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