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기업 구조조정과 오너일가

입력 2016-01-13 10:39 수정 2016-01-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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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산업1부 차장

‘밤새 안녕하십니까?’

조선업계에서는 이미 낯설지 않은 인사말이다. 연말 정기인사 시즌이 지났지만 조선업계에는 여전히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상무, 부장, 차장, 과장까지 줄줄이…. 하나의 부서 인력이 통째로 사라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그만두라는 사인을 받았는데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빗발친다. 갯벌과 바다를 메워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건설한 우리 조선업계 직원들의 얘기다.

간신히 자리보전 하더라도 동결되거나 절반만 나오는 월급 명세서에, 줄줄이 줄어든 복지 혜택에 이번 겨울 나기가 혹독하기만 하다.

정기적으로 일정 보수를 받는 일자리에 대한 갈망에 소주 한 잔 걸친 자리에서는 너도나도 오너일가에 대한 선망(?)을 이야기한다. 유독 지난 연말 부모 잘 만나 별다른 경쟁없이 대기업 임원에 오른 3세대, 4세대 경영인이 많았던 탓일까. 너도나도 ‘경영수업은 끝났다’라는 세대교체 깃발을 펄럭이며 아들, 딸들을 핵심 보직에 앉혔다.

지난달 22일 여의도 63빌딩 ‘갤러리아면세점63’ 기자간담회장. 뜻하지 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 등장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6) 한화건설 과장이다. 족히 185cm는 넘어 보이는 훤칠한 키와 외모 탓에 구름 떼처럼 모여드는 기자들로 하여금 흡사 잘나가는 한류스타를 연상케 했다.

김 과장은 새로 마련한 명함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사업본부 김동선’이란 이름만 넣었다. 직급은 별도로 넣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김 과장의 말처럼 등장 배경이 ‘단순한 홍보도구’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연말인사에서 그 어느 해보다 많았던 오너 3~4세들의 고속 승진에 합류하는 그였다.

우리 사회가 이젠 더 이상 기업 승계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심플하게 달라졌을까. 회사 측에서는 실적에 따른 인사라는 배경 설명을 장황하게 나열하고 있지만, 눈물과 땀이 밴 그 자리를 내주고 떠나야 하는 우리네 가장들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짐 클리프턴 갤럽 회장은 ‘일자리 전쟁’이란 저서를 통해 “세계 70억 인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라고 강조한다. 주당 평균 30시간 이상 꾸준히 일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일정 보수를 받는 일자리에 전 인류가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우리 산업계도 무차별적인 퇴출로 생(生)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예견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연말 인력 구조조정 폭은 상상 이상이다. 실무 임원들의 문책성 탈락이야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도마에 오른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 논란에서 보듯 과장과 차장 등 중간직급은 물론 대리와 사원까지 잘려 나가는 형국이다.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를 통해 신상 변화가 감지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버텨라’라는 모 그룹 K부장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가 작금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그 밑에 딸린 수만명의 식구들의 생계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한겨울에 거리로 내몰리는 직장인들의 아우성을 다시 한 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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