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우먼파워] 기재부, 男동기 제치고 승진… 보수색채 강한 조직에 부는 ‘女風'

입력 2016-0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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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배치ㆍ업무 분담에 성차별 있었지만 균형인사 이뤄지며 핵심보직 속속 진출

기획재정부는 정부 부처 가운데 업무 강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바쁠 때는 휴일 출근, 밤샘 근무는 기본이다. 여성이 수행하기에는 업무가 힘들고 조직문화도 마초적 분위기가 강해 ‘여성 고위직 제로 부처’였다.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아 ‘유리천장’을 뚫고 있는 기획재정부 여성 공무원들을 이투데이에서 만나 ‘일과 여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기재부 내에는 여성 선후배가 소통하는 멘토 문화가 형성돼 있다. 조직 내 여성들이 없던 시기에 서로 위안받고 소통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이제는 인원이 늘어나 20명 가까이 된다. 지난해 연말에는 ‘레드’를 드레스코드로 빨간색 옷을 입고 모이기도 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박정현 미래정책총괄과 서기관은 “선배들에게 직장생활 대처법을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중간간부들에게 본보기 삼을 모델이 있어 직장생활에 많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기재부로 발령받아 오는 신입 공무원을 보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50 대 50일 정도로 여성 공직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7일 현재 기재부 전체 직원 985명 중 여성 공무원 숫자는 272명으로 이 중 4급 이상 관리직 여성 공무원은 18명이다. 고위직 비율이 채 2%도 되지 않는 셈이다.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중에서는 3급 부이사관이 1명, 과장급 4명, 팀장급 2명이고 나머지는 무보직 서기관이다.

인사과 관계자는 “행시 49회 정도부터 여성 합격 인원이 절반에 달했던 것 같다”며 “2~3년 후엔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재부 여성 공무원들은 ‘유리천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동등한 조건을 놓고 남성과 여성 사이에 큰 차별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여성정책 균형 인사가 이뤄지고 실제 여성 공무원이 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고 설명한다. 과거 부서 배치와 업무 분담에서 성차별적 관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관행적으로 여성 공무원은 주로 쉬운 업무에 배치되고, 기획ㆍ예산 등 주요 부서 배치에서는 제외돼 다양한 경력 쌓기가 어려웠다. 공무원의 전문성이란 곧 경험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재부 내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핵심 보직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장보영(행시 43회) 미래전략팀장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총괄 주무 서기관이 됐을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엔 여성이 총괄 서기관이 되는 것이 이야깃거리가 됐지만, 최근에는 여성 총괄 서기관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총괄 서기관은 국장과 총괄 과장을 보좌하는 중책이다. 기재부 내에서도 “총괄 서기관에 여자를 앉힐까?”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다 보니 남성 간부들이 이런 저런 지시를 하기 편한 남성 공무원을 선호한 탓이다.

지금은 황희정 국제금융국 협력총괄과 서기관도 2년째 국총괄 서기관을 맡고 있고, 박정현 서기관도 국 총괄 업무를 해오고 있다.

간부급은 아니지만 종합정책과 백누리 사무관의 경우 거시경제 전망이라는 기재부 내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데, 이 역시 과거에는 여성이 가기 힘든 자리였지만, 이제는 남녀 구분이 없다. 외화자금과의 경우도 부스에서 시장을 보는 보직을 여성이 꿰찼다. ‘국장들이 여성 사무관을 데려가기 싫어한다’는 얘기는 옛말이 된 것이다.

장보영 팀장은 “눈에 보이는 승진이나 보직을 받는 부분에서 차별은 없다”며 “정말 믿을 수 있는 자기 사람을 앉혀야 하는 자리에는 여성이 가기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남녀 구분 없이 똑똑하고 인정받는 친구들을 누구나 끌어가고 싶어하고 욕심내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여성 공무원들은 부처 내에서 여자라서 쉬운 것만 하려고 한다는 이미지는 없고, 남자들과 똑같이 일하고 주어진 역할을 똑같이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기업과 달리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여성 공무원들이 인사 등에서 손해를 보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육아휴직 이용시 복귀 후 원하는 부서로 보내주고 있다.

장윤정(행시 43회)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기재부 내 20명에 이르는 쟁쟁한 남자 동기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과장으로 승진했다. 장윤정 과장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꼽았다. 일을 하다보면 상대적으로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장윤정 과장은 “여자 후배들을 보면 일도 많고 체력적으로 힘들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선배들을 보며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고 전했다.

여성은 학연ㆍ지연으로 얽힌 공직문화에서 공사 구분이 확실한 것이 큰 장점이다. 대체적으로는 여성 고위 공무원이 늘어날수록 조직문화가 더 유연해지고 개인의 권리가 더욱 보장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간부급 여성 공무원들은 여성 후배들에게 주춤대지 말고 중요한 보직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전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요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훈련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면 일찌감치 ‘유리 천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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