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여성기관&단체를 찾아]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인터뷰

입력 2015-12-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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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 양립…저녁회식 없는 직장 우리가 먼저”

▲사진=신태현 기자(holjjak@)
▲사진=신태현 기자(holjjak@)

“우리 연구원은 저녁 회식이 없어요. 일·가정 양립을 방해하는 요소를 없애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에 앞장서야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을 이끄는 이명선 원장이 자신있게 내놓는 한 마디다. 일하며 두 아이를 길러낸, 일·가정양립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한 엄마로서 무엇보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업무 환경을 연구원에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어쩌면 정책 제안보다 훨씬 여성 존중과 이해를 위한 현실적인 움직임이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25년간 이화여자대학교 보건관리학 교수를 지냈고, 4년간 이 연구원의 여성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0월 제14대 원장으로 임명돼 자리를 옮겼다.

“제가 이 자리에 온 지 1년이 됐어요. 이화여대 교수로 있으면서 제자들을 통해 유리천장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했고, 경력단절 문제와 재취업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죠. 이 문제를 고민하고 보완하고자 노력했어요. 고용률을 올리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여성 취업을 증대시키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남성 고용률은 이미 76%로 선진국 수준인데, 여성은 고작 55%밖에 되지 않아요. 앞으로의 10년은 여성 고용률 증대가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선 여성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돼야죠.”

여성들의 경제 활동을 늘리려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일과 가정생활 모두 잘해낼 수 있도록 일하는 엄마, 이른바 워킹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가 여성의 오래된 정책과제인 여성의 권익향상과 양성평등으로 나가는 길이라고 봤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성이 아이를 두고 사회로 나오기에는 너무 나쁜 환경이에요. 아이를 돌봐주는‘이모’라는 여성 없이는 힘들잖아요. 또 육아휴직을 하자니 휴직기간 동안 받는 돈이 너무 적죠. 남성 육아휴직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여성의 일자리가 건강했을 때나 가능한 것이에요. 셋 또는 네 식구가 여성이 받는 임금으로 잘 견뎌낼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 남녀임금 격차가 커서 여성이 남성의 60% 정도밖에 못 받으니 심각한 수준이죠. 남녀의 임금 격차를 줄여주고, 직장의 유연근무제 도입과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아이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이 제도가 승진이나 근무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겠죠.”

한국 기혼여성의 경력단절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결국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함께 뜻을 모아 함께 노력해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가족친화기업이 확산되도록 해야하며 공립, 직장 보육시설 확충과 보육비 지원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여성고용 확대와 경력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야한다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또 기업은 장시간 근로와 경직된 노동시간 관행을 개선하고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이 원장이 재임 동안 주력할 연구 분야가 이것이다. 정부 정책기관으로서 여성고용률 증대, 일ㆍ가정 양립 정착 등 양성평등정책 관련 대표 연구기관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한다.

▲사진=신태현 기자(holjjak@)
▲사진=신태현 기자(holjjak@)

“2015년 상반기 남성 육아 휴직자의 비율(고용노동부 자료)이 최초로 5%를 돌파했어요. ‘아빠의 달’ 제도 효과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지만, 아빠 육아 인센티브확대, 공공기관의 가족친화인증 의무화, 중소기업 직장어린이집 확대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더욱 더 강화해 나가야해요.”

이 원장은 연구원이 앞장서 가족친화적인 근무환경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재차 강조해서 말했다. 연구원 내 어린이집을 지난 2012년 다시 개설해 인근기관들과 함께 운영 중이다. 출산전후 휴가와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제, 육아근로시간 단축제 등 제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간 연구성과를 널리 확산하고 기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어요. 보람도 많이 느꼈죠. 남은 2년 동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두 아이를 가진 워킹맘이에요. 경력단절의 유혹(?)을 이겨내는 방법은 자기 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기혼여성 가운데 54.3%가 결혼, 임신, 출산, 양육, 가족돌봄 때문에 경력단절을 자처합니다. 이 비율을 줄이고자 부단히 노력할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전무후무한 정부출연 여성정책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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