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맨파워와 연봉, 그리고 일반해고제

입력 2015-09-24 12:3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황윤주 자본시장부 기자

최근 창간기획 기사를 위해 사모펀드(FED)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만났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사를 인수하면서 미치는 영향에 대한 취재였다.

기자가 만났던 사람들은 예상과 달리 중화권 자본이 국내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이 금융 주권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과 사뭇 달랐다.

특히 금융당국 내에서도 보수적인 인사로 알려진 A씨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더 많은 외국계 자본이 국내에 진출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가 외국계 자본의 진출을 반기는 이유는 ‘경쟁’ 때문 이었다. ‘연봉 경쟁’.

그는 기자에게 “만약 유안타증권이나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연봉을 올리면 사람들이 모두 그곳으로 갈 거예요. 은행·보험사가 자산 싸움이라면 증권사는 ‘맨파워’, 사람 장사거든요”라고 지적했다.

즉,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면 사람 투자(연봉)에 인색한 국내 증권사의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증권사의 직원 평균 연봉은 메리츠종금증권이 7216만원으로 가장 높고 키움증권이 2687만원으로 가장 낮다. 현대증권(4500만원)의 경우 현대차 신입사원 연봉보다 낮다.

이처럼 우리나라 증권사는 연봉이 낮고 노동 강도는 높으며 직업 안정성은 떨어진다.

증권사의 노동 안정성이 낮은 것은 흠이 아니다. 계약직으로 들어가는 대신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관행이다. 계약기간 동안 성과를 보이라는 의미다. 리스크를 감수하며 돈을 버는 자본시장의 속성과 (높은 연봉을 전제로 하는) 계약직은 자연스러운 궁합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낮은 연봉을 받으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수백억원에서 조 단위의 돈을 벌기 위해 금융구조를 만들고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A씨의 기대와 달리 앞으로 우리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연봉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일반해고제가 도입될 경우 외국계 자본이 사람에게 투자할 확률보다 직원을 더 쉽게 자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성이 높고 업무 강도가 강하지만 해고되기 쉬운 직장에서 직원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다.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것. 증권사들은 ‘사람 장사’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공공 “오른다 vs 민간 “내린다”…들쑥날쑥 아파트값 통계에 시장 혼란 가중 [도돌이표 통계 논란①]
  •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식품업계...가격인상 압박 눈치만
  • 하이브 "뉴진스 홀대? 사실무근…부모 앞세워 여론 호도하는 구태 멈춰야"
  • 사전청약 제도, 시행 3년 만에 폐지…공사원가 상승·부동산 경기 불황에 ‘정책 좌초’
  • 변우석·장기용·주우재 모아놓은 ‘권문수 컬렉션’…홍석천 보석함급? [해시태그]
  • 스승의날 고민 끝…2024 스승의날 문구·인사말 총정리
  • '살해 의대생' 신상도 싹 털렸다…부활한 '디지털 교도소', 우려 완전히 지웠나 [이슈크래커]
  • MZ 홀리는 달콤한 맛...백화점 빅4, '디저트 팝업' 전행
  • 오늘의 상승종목

  • 05.14 09:02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7,878,000
    • +1.48%
    • 이더리움
    • 4,119,000
    • -0.19%
    • 비트코인 캐시
    • 610,500
    • -0.08%
    • 리플
    • 706
    • +0.14%
    • 솔라나
    • 205,300
    • +1.43%
    • 에이다
    • 610
    • -1.13%
    • 이오스
    • 1,097
    • +0.18%
    • 트론
    • 176
    • -2.22%
    • 스텔라루멘
    • 146
    • -1.35%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750
    • -1.78%
    • 체인링크
    • 18,700
    • -2.15%
    • 샌드박스
    • 582
    • -0.8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