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맞수] 자산 347조 메가뱅크 ‘KEB하나’… 초대 수장 누가?

입력 2015-08-12 10:36 수정 2015-08-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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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등 엘리트코스 밟은 ‘수재형 리더’ 김병호 vs 말단 행원에서 CEO까지 ‘노력형 수장’ 김한조

“‘하나’를 위해 의기 투합하던 두 명의 수장이 이제 ‘한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오는 9월 출범하는 ‘KEB하나은행’의 초대 수장직(職)을 두고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총 347조원의 자산을 아우르는 ‘메가뱅크’의 리더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신경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두 행장은 공통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출생도, 성격도 전혀 다르다. 우선 서울 출신의 김병호 행장은 엘리트 코스만 밟고 올라온 ‘수재형 리더’다. 은행과 지주를 두루 거쳐 전략에 능하다. 세련된 외모와 다르게 한 번 꽂히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까지 지녔다.

반면 경북 출신인 김한조 행장은 행원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차근차근 오른 ‘노력형 수장’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 월급을 반납하고 직원들과 고통을 함께할 정도로 형님 리더십이 강하다. 국내외 영업분야를 두루 거친 데다 강한 추진력까지 지녀 잔뼈 굵은 영업통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이제 결정권은 김정태 회장의 심중(心中)에 있다. 두 수장 모두 자격 조건은 충분하다. 그동안의 성과를 통해 실력도 이미 검증받았다. 누가 더 화학적 통합을 잘 이끌어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치열한 영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 간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메가뱅크’의 첫 방향키를 잡게 될 통합은행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병호 행장, 재무·전략 능통…어린 나이 아킬레스 건 =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병호 행장은 명지고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UC버클리 경영전문대학원(MBA)을 거쳐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이론과 실무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던 김병호 행장은 뉴욕지점장으로 건너가자마자 자신의 재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공인회계사(AICPA) 공부를 시작한다. 이후 그가 하나금융지주 재무 담당 부사장(CFO)까지 오르며 재무통으로 명성을 날리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김병호 행장은 꼼꼼하고 논리적인 성격 덕에 김승유 회장 시절부터 젊은 CEO로 촉망받던 인물이다. 은행에서 지주까지 다양한 업무를 두루 맡아 전략에 능하다 보니 김정태 회장과 호흡도 잘 맞는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하기 전 미국 시카고 은행에서 2년간 근무했고, 뉴욕지점장, 글로벌사업그룹 담당 부행장까지 역임해 누구보다 탁월한 글로벌 감각을 지니고 있다. 하나금융이 목표로 하는 ‘2025년 글로벌부문 이익 비중 40%대 확대’를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물론 그에게도 핸디캡은 있다. 은행장에 오른 지 아직 1년도 채 안 돼 조직 장악력이 약하다. 54세 어린 나이로 인해 김정태 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형적 모범생 스타일이라 ‘상사에게 직언(쓴소리)을 제대로 할 수 있까’란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김한조 행장, 통합 주도적 역할 …외환 노조 반대 걸림돌 = 1956년 경북 안동생인 김한조 행장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프라이빗뱅커(PB)영업본부장, 기업사업그룹장까지 역임하며 30년 넘게 외환맨으로 일했다. 내부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그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시원시원한 성격 덕에 따르는 후배가 많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균형을 이루면서 외환은행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강단(剛斷)도 갖췄다.

집무실에 미국 해리 트루먼 전 태통령의 좌우명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를 적어 둘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다.

이 때문에 김한조 행장이 기업마케팅부장으로 일하던 시절 당시 대주주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부당영업 지시에 불복했던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김한조 행장은 지난 1년여간 두 은행 통합을 주도했다. 속사정을 잘 알고 있다. 초창기 통합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능력 또한 출중하다. 대리로 입행해 외환캐피탈 사장 자리에 오를 때까지 김한조 행장은 은행 내에서 늘 발탁 인사 1순위였다. 특히 기업여신에 강하다. 중소기업지원실장과 기업마케팅부장을 역임하면서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인맥도 두텁다.

물론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지난달 중순 김한조 행장이 외환 노조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여러 차례 집까지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노조와의 극적 협상이 김한조 행장이 아닌 김정태 회장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한조 행장의 가장 큰 무기였던 ‘형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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