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2-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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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집행위원장(뉴시스)

2013년 여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앞두고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만난 적 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명함 하나하나를 되뇌며 안부를 묻던 소탈함이 인상 깊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식사 자리는 편하고 거리낌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수장으로서의 권위는 없었다. 가지고 있던 고민을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같이 공감하고 함께 개혁하려 했던 그 열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최근 이 위원장에 대한 퇴진 외압 논란이 더욱 불편하다. 특히 이 위원장의 ‘태만’이 아닌 ‘다이빙벨’의 상영을 둘러싼 정치적 기우라는 의혹이 불편함을 더욱 가중시킨다.

지난 1월 23일 정경진 부산시 정무부시장과 김광희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이 이 위원장을 만나 ‘서병수 부산시장의 뜻’이라며 사퇴를 권고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12개 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사퇴 종용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에 대한 영화제 상영을 강행한 이 위원장에 대한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인식하고 명확한 인적 쇄신과 운영 개선에 대한 이유를 밝히지 않는 부산시에 있다. 부산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조직위원장도 겸한다. 그렇다면 영화제의 중립성과 독립성, 표현의 자유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영화는 ‘표현의 자유’가 가장 정확하게 보장되어야 할 영역이다. 70~80년대 군부정권에 의해 검열되고 상영 금지됐던 문화 콘텐츠는 수없이 많으며 현재에 이르러 그 부당함과 어이없음에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류’의 국가 위상 제고와 그로 인한 경제ㆍ산업적 효과가 입증됐고, 문화융성 정책으로 ‘문화강국’을 표방하는 이 시점에서 세계적 영화제로 비상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죽이고 더 나아가 문화를 죽이는 ‘은밀한 사퇴 종용’ 같은 행태는 ‘해프닝’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이 문제는 한국영화 발전에 있어 정확하게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당면 과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79개국 31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국내 영화제 중 최대 규모이자 해외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영화제다. 아직 임기가 남아있는 이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종용 그 이면에 존재하는 정치적 외압이 확인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뿐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금자탑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언제나 “부산시민을 위해”라고 강조해왔다.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초청작을 늘린 것도, 개ㆍ폐막작 상영 때 내빈 초청을 축소하고 일반 관객의 좌석 비율을 50% 이상 확대한 것도 이러한 이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지난달 27일 이 위원장과 서 시장의 만남이 이뤄져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근본적 문제와 개선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여전하다. “정치적 중립을 해칠 수 있다”는 특정 집단의 우려에 대해 영화가 가진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키고, 부산시민의 알 권리와 관객으로서 볼 권리를 선택한 이 위원장에 대한 사퇴 종용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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