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원전 수명과 한수원의 ‘무책임 경영’

입력 2015-01-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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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년규 온라인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지난 16일 원전의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2년 11월로 설계 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 원전의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다음달로 연기했다. 내달 12일이 되면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할지, 폐쇄할지에 대한 결론이 나오겠지만, 고리 1호기의 전례로 보아 가동을 10년 연장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문제는 월성 1호기보다 오는 6월까지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고리 1호기다. 수명을 연장해 운영하자니 노후화에 따른 위험성과 수리 비용이 따른다. 그렇다고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하자니 이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들고, 부족한 전력 공급량을 어디서 충당할지도 고민이다. 더욱이 원전 폐쇄는 위험성 때문에 기술력 또한 고급을 요하는데, 국내 기술로는 어림도 없다.

고리 1호기의 재가동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는 것을 보면 ‘무책임 경영’의 대표적 사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지난 30~40년간 원전 책임자들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일을 지금 해결하려니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 되든 상관 없고, 본인의 임기만 채우면 된다는 안일한 보신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다.

현재 국내서 운영 중인 원전은 23개에 달한다. 그중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이 고리 1호기다. 43년 전인 1972년 운영 허가를 받아 1977년 6월 첫 가동을 시작했다. 고리 1호기도 월성 1호기와 마찬가지로 설계 수명이 30년이어서 지난 2007년 수명이 다했으나, 폐쇄하지 않고 10년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 기한이 2017년 6월인데,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운영허가 기간 만료 2년 전인 오는 6월까지 계속 가동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40년이나 사용했는데, 10년을 더 사용하기에는 그만큼 위험 부담이 있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원전 폐쇄를 고민하는 것은 이제부터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원전을 건설해 운영하는데만 심혈을 기울여와, 외국에 원전을 수출하는 쾌거까지 달성했다.

그러나 사용하고 난 원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연구소나 한수원의 내부 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기금도 조성해야 한다고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의견을 개진해왔으나, 묵살되기 일쑤였다.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본인의 임기 내의 일이 아니고, 차기 또는 차차기 책임자들의 업무를 미리 준비할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됐을 터이다.

원전 관련 정책 결정권자들의 책임 방기가 초래한 현재의 국내 원전 폐쇄 대책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기술적인 측면을 보자. 원전을 폐쇄하려면 원자로를 폐기하는 폐로기술이 필요한데, 국내 수준은 극히 미미하다. 국내서 폐로기술을 경험한 것은 실험실 원자로 2개를 폐기해본 게 전부다. 실험실 원자로는 물탱크 크기지만, 원전은 그보다 몇 십배 큰 3~4층짜리 건물만하다는 점에서 국내 폐로기술은 초등생 수준이다. 그렇다고 오래전부터 폐로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습득해 놓은 것도 없다.

폐로기술이 어렵다는 점은 원전 폐쇄에 최소 15년, 길게는 50년까지 걸린다는데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방사능 물질이라는 위험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그만큼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비용을 어디서 충당할지 뚜렷한 방안도 없다. 원전 1개를 없애는 데는 최소 6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이도 2012년 정부가 추산한 금액으로, 외국서는 1조원까지 보고 있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는 이 비용을 한수원이 적립해야 한다고 적혀 있지만, 한수원은 이 비용을 현금이 아닌, 장부상 부채로만 기록해 놓고 있다. 수익이 날 때는 임직원들의 상여금으로 잔치를 벌이고, 원전 폐쇄 비용은 그때 가서 빚을 내 해결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한수원은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최근 5년간 원전비리로 사법처리된 임직원이 80명에 달한다. 이같은 무책임 경영은 비단 한수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연말정산에 따른 서민 증세 논란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21일 급하게 발표한 보완책으로 야기될 앞으로의 세수부족과 재정적자는 또 누가 책임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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