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족위-반올림, 첫 공개 협상서 ‘평행선’… 보상대상ㆍ재발방지책 입장차

입력 2015-01-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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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공개 협상에서 마주한 삼성전자와 가족위 반올림 세 교섭 주체는 예상대로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지난 7년간 첨예한 논쟁을 벌여온 직업병 보상 문제인 만큼 각자의 입장을 담은 보상 기준과 재발방지책이 서로 충돌했다. 이날 만남이 교섭주체별 제안서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조정위원회 중재와 공개라는 형식만 달라졌을 뿐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여전히 상당수 사안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조정위원회 중재 하에 16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2차 조정기일을 가졌다.

지난달 18일 71일 만에 한 자리에 모여 1차 조정기일을 갖은 삼성과 가족위, 반올림은 이날 순조로운 협상을 위해 각자의 입장을 담은 제안서 발표 및 이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폭넓은 보상을 통한 ‘사회적 통합’에, 가족위는 신속한 보상을 중심으로 한 ‘실용성’에, 반올림은 ‘진정한 사과와 화학물질 정보공개’에 각각 초점을 맞췄다.

이날 삼성전자는 구체적 근거거 제시되는 질병에 대해서도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했다. 백혈병 포함 모든 혈액암 및 산재 승인 이력이 있는 암은 물론 수립한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피해자 및 가족에게 보상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보상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진전이었지만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입증되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상 대상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수준의 기준을 수립하고 이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상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3~6개월간 신청을 받아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보상 원칙을 밝혔다.

이날 가족위는 일반적 보상 기준을 토대로 한 포괄적인 협상과 별도로 비공개 개별 협상을 제안했다. 세 교섭주체 간 협상에서 합리적 보상 기준과 함께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로 인해 보상이 다시 한 번 지연되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가족위 측 박상훈 변호사는 “사과는 지난해 5월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식 사과로 어느 정도 인정이 됐고,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의 추가적 사과를 요구한다”며 “현재는 보상 재발방지책 문제를 분리해서 실용에 무게를 둔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화학물질 정보공개를 두고 가장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화학물질 정보를 상당 부분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올림 측은 “그동안 삼성전자는 화학물질정보를 공중에 공개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하지만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삼성전자 사업장 화학물질 정보는 일반 시민들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영업비밀이라 공개하기 어려운 정보가 있다면 공식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기업체의 영업비밀은 미국과 국내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비상대책위원회에 각 기업이 제출하는 화학물질 목록은 독성분과 유해물질이고, 이 경우 또한 다량 사용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신고한다”며 “기업이 영업비밀이라고 양해를 구하면 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조정위는 화학물질 공개 해외 사례 등 관련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와 정보제출을 양측에 요구했다.

보상 대상을 놓고도 의견차가 컸다. 반올림은 삼성 계열사를 비롯해 협력업체 및 파견 노동자 등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라인 근로 노동자 모두에 대해 보상을 요구했다.

반올림은 협력업체 등에 대한 보상은 단순히 보상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올림 측은 “원청업체가 안전관리 문제를 책임지지 않는 것이 사업장 사고의 원인”이라며 “삼성전자와 이 자리에서 이 같은 얘기가 반드시 이뤄져야 앞으로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협력업체나 파견 근로자 등에 대한 보상은 별도의 구제 채널이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들은 작업환경과 질병 간 인과관계가 입증될 경우 산업재해신청 등의 별도의 보상 절차가 있다”며 “협력업체까지 보상 대상을 확대하기보다 협력사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정위와 가족위, 반올림은 오는 23일 오후 삼성전자 경기도 기흥사업장을 방문한다. 이날 조정기일에서 삼성전자는 조정위와 교섭주체들의 현장 방문을 먼저 제안했다. 이후 28일 조정위는 삼성전자, 가족위, 반올림과 각각 2시간씩 조정안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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