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방콕의 뜨거운 5월

입력 2010-05-18 14:56 수정 2010-09-2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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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20여 차례의 쿠데타가 일어난 나라. 40조원에 육박하는 재산을 소유한 국왕이 독점사업을 벌여도 별다른 비난을 받지 않는 나라.

비리 혐의로 물러난 전 총리의 재산 2조5000억원 중 일부를 국가에 귀속하라는 판결 이후 반정부 시위로 온나라가 떠들썩한 나라. 바로 태국이다.

태국의 수도 방콕이 뜨겁다. 지난 13일 이후 시위로 사망한 사람만 40여명에 달한다. 부상자는 270명이 넘었다.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한 3월 중순 이후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망자는 70여명으로 늘어난다. 다친 사람은 1700여명이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08년 국민민주주의연대(PDA)가 주도했던 시위에 비해 상당히 과격한 양상이다. 당시 시위를 벌였던 PDA는 중산층과 부유층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태국 왕족이 포함된다.

지역별로는 수도인 방콕을 기점으로 남쪽지방이 PDA를 지지한다. 이들은 국왕을 상징하는 노란 색의 옷을 즐겨 입는다. 그래서 '옐로우셔츠'라고도 부른다.

최근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레드셔츠'는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으로 구성된다. 개혁과 변화를 꿈꾸는 일부 화교 신흥세력도 포함됐다.

비리 혐의로 좇겨나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탁신 전 총리의 고향인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북부지방과 북동부지역 주민들이 이번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태국 정부가 예상보다 쉽게 발포 명령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시위대가 대부분 서민들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

5월 광주 항쟁이 30주년을 맞은 18일 전국에는 비가 내렸다. 민주화를 위해 몸바친 영혼들을 위로하는 듯 봄비라고 하기에는 청승맞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방콕 사태를 보며 광주가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레드셔츠의 본거지는 역사적으로 핍박 받은 비주류 지역으로 분류된다. 한국의 전라도와 같은 셈이다.

그러나 방콕 사태는 태국의 민주화를 위한 과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광주 사태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광주에서 민주화를 위한 토대를 만들 수 있었지만 국제사회가 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

시민들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봉기했다기보다는 국왕과 총리를 지지하는 이해세력들이 서로의 이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세력다툼이라는 시각을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의 관광대국 태국에서는 동족의 가슴을 겨눈 총성까지 울리고 있다.

그들에게 이해인의 '5월의 시'를 들려준다면 다소 위로가 될까.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중략)/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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