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는 괜찮을거야, 우리가 문제지…눈물의 이별준비 [요즘, 이거]

입력 2024-01-30 16:16 수정 2024-01-30 22:0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당근은 꼭 마트 당근 먹이셔야 하고요. 기른 건 뱉거든요.
그리고 사과 속 당근 속 영양제 잘 알아내니까 바로 그다음 사과 준비하셔야 해요.
짹바오도 천둥도 번개도 우박도 다 무서워해요. 꼭 “괜찮아”라고 안심시켜 주세요.
어쩌다 심통이 나서 퇴근 시간이 지나도록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휴일이라도 꼭 나와서 대나무 내밀어 주세요. 되게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눈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눈이 오면 꼭 야외에 내보내 주세요.
마지막으로 쟤 손 잡는 거 좋아하거든요. 손 꼭 잡아주세요.

사랑하는 그녀를 떠나보내는 과정이 너무나 쓰라린데요. 그녀를 위한 당부는 100페이지를 넘어가도록 꾹꾹 눌러 담을 수 있는 수준이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올 것 알면서도 오지 않길 바랐던 그 날이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대한민국 태생 용인 푸씨 ‘푸바오’의 중국 반환일이 말이죠. 이제 진짜 푸바오는 태어난 대한민국을 떠나 엄마·아빠의 고향으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23일 한국에 사는 자이언트 판다 바오 가족의 이야기가 올라오는 유튜브 ‘에버랜드 채널’에 새 동영상이 떴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눌러본 영상은 이내 눈물을 쏟게 했는데요.

‘푸바오 할부지’로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와 송영관 사육사의 담담한 이야기 속 푸바오의 중국 일정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죠. 할부지들은 “푸바오가 4월 초 중국 쓰촨성에 있는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야생동물에 대한 국제 규정에 따라 이동하기 전 한 달 간 에버랜드의 판다월드 내에 있는 별도의 공간에서 건강 및 검역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푸바오를 3월 초까지만 볼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죠. 심지어 이동을 위한 적응을 위해 푸바오의 공개 시간을 오후 시간으로 한정할 것이라는 공지도 덧붙었는데요.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푸바오를 향한 ‘돌멩이(관객들)’의 통곡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우리 푸바오, 진짜 떠나는구나”

푸바오의 본적은 대한민국 경기도 용인시입니다. 한국 최초로 자연번식으로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암컷 자이언트판다죠. 푸바오는 임신 소식부터 출산, 육아 모습이 모두 공개되며 한국인들의 격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유달리 쑥쑥 그리고 옆으로 포동포동 자라는 푸바오를 애정하며 ‘푸뚠뚠’이라는 애칭이 붙었는데요. 우리의 뚠뚠이를 만날 수 없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죠.

푸바오의 중국행에 누구보다 아쉬워할 이가 있다면 바로 푸바오 할부지들일텐데요. 탄생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 분들이기에 푸바오를 바라보는 시선 곳곳엔 애정이 가득하죠.

26일 유튜브 채널 ‘말하는동물원 뿌빠TV’에는 ‘’전지적 할부지 시점‘ ep.173에는 강철원 사육사의 진심이 공개됐는데요. 강철원 사육사는 대나무를 먹고 있는 푸바오를 향해 “푸바오, 너 가는 날이 정해졌어. 4월 초에 갈 거야”라며 “할부지 속상해서 어떡하지. 할부지가 매우 속상한데”라며 속상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 “(푸바오가) 4월 초에 가서 할부지 너무 속상한데 할부지가 속상해하며 푸바오도 속상할 것 같아서 할부지는 그냥 덤덤하게 푸바오한테 잘해주면서 잘 생활할 거야”라며 “푸바오 있는 동안에 할부지가 잘 챙겨줄 거니깐 절대 걱정할 필요 없어. 푸바오는 뭐든지 잘할 수 있고, 어딜 가도 똑똑하게 해낼 수 있어. 푸바오 앞으로도 남은 시간 행복하자”라고 푸바오를 응원했는데요.

매번 푸바오의 중국 반환을 두고 “푸바오의 판생을 위해 중국에 가는 것이 맞다”라며 돌멩이들을 설득했던 할부지였지만,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던 거죠. 할부지의 솔직한 고백에 우리의 마음은 더 먹먹해졌습니다.

이제 푸바오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약 한 달 뿐인데요. 얼마 남지 않은 기한에 발걸음은 더 조급해지죠.

29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주말 에버랜드의 판다월드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는데요. 하루 관람 제한 인원이 5분에 80명씩 7500명인데 주말 내내 제한 인원수를 꽉 채울 정도로 방문객이 몰렸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현재 판다월드로 향하는 길에는 푸바오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행복해, 응원해, 기억해 푸바오” 등 아쉬움을 담은 글들이 가득하죠. 푸바오 옆엔 유채꽃이 그려졌는데요. 두 할부지가 방사장 곳곳에 심은 유채꽃을 상징하죠. 2016년 중국에서 푸바오 부모를 한국으로 데려올 당시 방사장에 유채꽃이 피어 있는 걸 보고 한국에서 태어난 푸바오에게도 고향을 느끼게 해 주려는 의도였죠. 중국에서 유채꽃을 만나게 되면 푸바오는 한국을 떠올리게 될까요?

푸바오의 중국 반환 모습의 예시는 지난해 초 일본을 떠난 판다 ‘샹샹’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데요. 샹샹은 한국의 푸바오와 마찬가지로 일본 우에노 동물원에서 태어난 암컷 자이언트 판다입니다. 곧 푸바오가 지낼 스촨성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에서 현재 머물고 있죠.

샹샹은 중국에 왔을 당시 시설 안을 뛰어다니거나 먹이를 먹지 않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후 사육사와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차분해졌다고 하죠. 지금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됐습니다. 일반 공개 일정에 맞춰 샹샹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이 “샹샹 힘내!”라고 일본어로 말을 걸자 샹샹은 귀를 쫑긋거리며 일본어에 반응했는데요. 해당 영상을 본 일본 관광객뿐 아니라 한국인들조차 오열했습니다. 그 모습이 미래의 푸바오로 보였거든요.

한국어만 듣던 푸바오가 중국의 낯선 발음에 이렇게 어색해하겠구나. 그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한국어에 반응하겠구나. 그리고 그 모습에 마음이 찡하겠구나. 모든 과정이 그려졌죠. 푸바오를 보낸 상실감은 쉬이 끝나질 않을 전망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푸바오 반환 소식에 푸바오가 탈 비행기, 푸바오가 머물 곳, 푸바오의 신랑감 등 온갖 궁금증이 폭발했는데요. 대한민국 국적기인 대한항공이 아닌 중국 에어차이나 비행기를 이용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이에 에어차이나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내비쳤죠.

그나마 천만다행인 이야기도 전해졌는데요. 푸바오의 중국 생활기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소식이었죠. 에버랜드가 중국 관영언론인 중앙TV(CCTV)와 영상 콘텐츠 제작·공유 협력을 맺고 푸바오를 위한 영상이 제작될 예정인데요. 푸바오의 중국 생활기 등 다양한 콘텐츠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공유되죠. 푸바오를 보낸 뒤 이루 말할 수 없는 헛헛함을 달래줄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행복했어. 푸바오도 언제나 행복해야 해!”

우리의 푸공주님, 푸뚜뚠, 푸린세스, 푸룽지, 푸장꾸, 푸리보, 곰쥬마마, 푸짜렐라. 별명 부자 푸바오의 ‘엄마 일기’를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은 어찌할 수 없는데요. 그녀의 ‘판생’을 응원하며, 오늘도 눈물로 가득한 이별을 준비합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국힙원탑' 민희진의 기자회견, 그 후 [해시태그]
  • [유하영의 금융TMI]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된 ‘정책금융’…부동산PF에도 통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번엔 독일행…글로벌 경영 박차
  • ‘이재명 입’에 달렸다...성공보다 실패 많았던 영수회담
  • ‘기후동행카드’ 청년 할인 대상 ‘만 19~39세’로 확대
  • "성덕 됐다!" 정동원, '눈물의 여왕' 보다 울컥한 사연
  • 투자자들, 전 세계 중앙은행 금리 인하 연기에 베팅
  • 잠자던 '구하라법', 숨통 트이나…유류분 제도 47년 만에 일부 '위헌'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1,945,000
    • +1.38%
    • 이더리움
    • 4,774,000
    • +6.23%
    • 비트코인 캐시
    • 695,500
    • +2.35%
    • 리플
    • 753
    • +1.21%
    • 솔라나
    • 207,100
    • +5.29%
    • 에이다
    • 683
    • +3.8%
    • 이오스
    • 1,184
    • -0.42%
    • 트론
    • 174
    • +0.58%
    • 스텔라루멘
    • 166
    • +1.84%
    • 비트코인에스브이
    • 97,150
    • +3.08%
    • 체인링크
    • 20,610
    • +0.68%
    • 샌드박스
    • 667
    • +2.9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