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만났다] 주류법 넘고 CES 혁신상…강태일 인더케그 대표 "맥주 대신 플랫폼 팔겠다"

입력 2020-01-19 09:40 수정 2020-01-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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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캡슐맥주 개발…"플랫폼 개방해 생산, 전 세계 시장 0.5% 목표"

▲강태일 인더케그 대표를 17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인더케그에서 만났다. 그는 수제 맥주 제조를 넘어 플랫폼 사업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강태일 인더케그 대표를 17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인더케그에서 만났다. 그는 수제 맥주 제조를 넘어 플랫폼 사업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국내에서도 생소한 기업이 최근 끝난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주목시켰다.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기업 가치도 약 2300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이 성과로 상반기 내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고, 중국과 인도 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그 주인공은 세계 최초로 수제 맥주 기기와 키트를 개발한 '인더케그'. 창업한 지 3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인더케그는 해외에서 화제 몰이에 성공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업을 접을 뻔했다. 국내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수제 맥주 제조기기와 수제 맥주 키트를 개발했으나 주류면허가 나오지 않아서다. 인더케그가 판매하는 맥주 캡슐은 터뜨리기 전엔 알코올이 없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알코올 1도 이상만 술'이라는 규정을 근거로 주류면허 발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CES 2020 전시회에서 복귀하자마자 17일 이투데이와 만난 강태일 인더케그 대표(44)는 "우리는 수제 맥주 제조기업이면서 플랫폼 회사"라고 강조했다. 인더케그는 맥주를 신선하게 마실 수 있는 기기 회사이자, 소프트웨어, 그리고 제조 패키지 제공기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인더케그가 맥주와 기기를 파는 회사로만 보면, 이는 절반만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인더케그가 개발한 기기에는 수백 개의 센서가 들어가고 자료를 수집한다. 이 자료에 근거해 인더케그는 개별 맥주 제조사가 갖는 문제에 대안을 제시한다. 무인 시스템에다 환경보호도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구조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플랫폼 개방…다수의 제조사 참여 유도

인더케그는 현재 자체 맥주를 생산해 팔고 있지만, 향후 자체 맥주라는 개념은 사라진다. 대신 플랫폼을 개방해 여러 제조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각각의 역사와 전통, 이야기가 담긴 맥주를 인더케그가 만든 맥주 기기와 키트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맥주는 온도나 환경에 민감한 식품입니다. 수제맥주의 맛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에 한계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우리는 유통의 한계를 깰 수 있습니다. 인더케그의 기술이 가미된 케그에 맥주를 담고, 기기에 물리면 제조한 그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조사가 만든 방법과 맛, 신선함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죠."

강 대표는 전 세계 약 700조 원의 맥주 시장 규모에서 0.5%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람들의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수제 맥주 수요가 늘어나는 한국과, 중국, 인도를 주요시장을 차지하겠다는 것. 그들도 인더케그에 관한 관심이 많다.

"플랫폼을 개방으로 맥주 제조사들이 참여하면 그들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같은 원재료로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약 20~60%까지 원가가 절감됩니다. 그럼 제조사는 이익이 더 생기면서 맛도 유지할 수 있죠. 맥주 기기가 우리 네트워크에 24시간 연결돼 있어 판매량이 정확하게 집계됩니다. 정확한 정보 파악이 가능해 제고가 줄어드니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죠."

▲인더케그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작지만, 주목 받는 부스였다. 부스에서 강태일 대표(가운데)가 캡슐 맥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인더케그)
▲인더케그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작지만, 주목 받는 부스였다. 부스에서 강태일 대표(가운데)가 캡슐 맥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인더케그)

◇'혁신상' 받은 기술…강 대표 "정부지원금 한 푼 못 받아"

혁신상을 받을 만큼 획기적인 소재지만, 주류법 말고 인더케그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정부지원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할 정도로 자금 조달이 힘들었던 것. 궁극적으로 주류회사가 아닌 발효ㆍ숙성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정부부처는 인더케그를 '맥주 파는 회사'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CES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다른 기업 대표들과 함께 저녁 식사한 적이 있어요. 그때 성 장관께 말했죠. 다른 곳은 얼마라도 정부지원금을 받았지만 우리는 주류 회사라는 이유로 10원짜리 한 장 받은 게 없다고. 성 장관께 '100원이라도 받으면 절대 한국 안 떠나겠습니다'고 읍소했습니다. 이 얘길 듣고 장관님이 해결될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정부지원금을 못 받는다는 건 정부자금이 들어간 펀드의 투자를 못 받는 일이기도 하다. 많은 펀드에 정부 자금이 들어가 있는데, 정부지원금이 끊기면 펀드 투자를 못 받아 자금난을 겪게 된다. 인더케그는 현재 주류를 판매하고 있어 정부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현재 개인투자가 60억 원 정도 됩니다. 군산에 있는 땅을 담보로 15억 원을 빌렸고요. CES에서 혁신상을 받고, 주류면허 문제가 해결되면서 국내외 7~8곳이 투자 제안을 했어요. 150억~2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받을 계획입니다."

◇"현재가 아니라, 앞으로 얼마 벌 수 있을지 물어야"

인더케그 전에도 창업 경험이 있는 강 대표. 25세에 모바일ㆍIT 회사와 카레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운영했다. 기업 근무 경험도 있다. 그때도 그의 직무는 신규사업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 탁월한 셈이다.

여러 사업을 해본 그가 바라보기에 한국 벤처업계의 문제점은 단 하나다. 바로 매출에 근거해 투자하려는 속성이다.

"제가 이 사업을 가지고 벤처 캐피털을 만나러 가면 꼭 '매출이 얼마입니까?'라고 물어봐요. 해외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질문이죠. 생긴 지 얼마 안 된 회사에 매출을 요구하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미국은 이렇게 물어요. '앞으로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요?'라고요. 그 차이가 매우 크죠."

물론 매출 기반 투자가 안정적이다. 그것을 잘못됐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기업이나 개인의 돈이 많으면 이윤과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지원금이 들어간 펀드나 벤처캐피털은 다르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펀드라면 당장 매출보다는 사업의 성장성과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매출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돈을 넣는다면 그것은 은행이나 다름없죠. 이 때문에 사업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강 대표는 맥주에 대한 다양한 취향이 생겨나면서 한국, 일본, 중국의 수제 맥주 시장이 급속하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강 대표는 맥주에 대한 다양한 취향이 생겨나면서 한국, 일본, 중국의 수제 맥주 시장이 급속하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인더케그의 포부…환경보호와 맥주 아카데미

인더케그가 맥주 기기를 판매하는 회사인 만큼 포부 역시 맥주와 관련 있다. 전 세계 효율적인 맥주 생산 방식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의 두 귀를 번뜩이게 하는 것은 다른 내용이었다. 환경보호가 그것이다.

"플라스틱에 관한 말이 많은데 사실 맥주를 만드는데 물이 엄청나게 필요해요. 맥주 1ℓ를 제조하는데 물 30ℓ가 필요해요. 오염수가 그만큼 많아요. 전 세계 어딜가도 큰 강이 오염되지 않은 곳이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맥주 1ℓ를 제조하는데 물 3ℓ 도 안 써요. 이런 문제를 좀 신꼉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맥주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현재 인더케그는 군산에 맥주 제조공장을 가지고 있다. 향후 자체 맥주 생산을 줄이는 만큼, 그 설비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 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했다.

"군산공장을 찾아 우리 재료로 맥주를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맛있으면 판매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고요. 누구든지 자신만의 맥주 제조법을 가지고 있고, 반응이 좋으면 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수제 맥주업계는 물론 저희도 활발하게 일할 수 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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